인수 가격 4000억 예상
내달 중순 승부 가려질 듯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로엔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SK플래닛이 지난주 실시한 예비입찰에 MBK와 어피니티, 대형 외국계 PEF인 칼라일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칼라일은 가격조건이 맞지 않아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와 어피니티는 다음주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대상은 SK플래닛이 보유한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67.56%다. 인수가격은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종 승자는 다음달 중순 가려질 예정이다.
PEF업계에서는 최근 투자자 모집을 마치고 실탄을 가득 장전한 두 대형 PEF가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차지하기 위해 대규모 물량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MBK와 어피니티 등 국내외 대표 PEF가 로엔엔터테인먼트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이 회사가 PEF들이 선호하는 ‘업계 선두 기업’이기 때문이다. 음원유통서비스 시장에서 멜론의 점유율은 50%를 훌쩍 넘는다. 10% 초반대인 엠넷과 5~10%대의 벅스뮤직, KT뮤직 등 2~4위권 업체의 점유율을 합한 것보다 많다. 순이익 또한 2010년 108억원에서 2011년 214억원, 지난해 238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과 수익성 때문에 인수전에는 네이버의 NHN 등 다수의 콘텐츠 기업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그룹은 NHN 등 전략적투자자(SI)를 배제하고 PEF 세 곳만을 인수전에 초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파는 것은 증손자회사를 거느릴 경우 지분을 100% 보유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인 만큼 SI는 인수후보군에서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증손자회사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플래닛이 2011년 10월1일 SK텔레콤에서 분할되면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지주회사인 SK의 증손자회사가 됐다. 증손자회사는 잔여 지분을 모아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SK는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9월30일까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
IB업계에서는 SK그룹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PEF에 나중에 회사를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바이백옵션)를 요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승자가 되든 멜론이 독주하고 있는 음원유통시장의 경쟁구도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경쟁사인 KT뮤직은 최근 삼성전자와 음원서비스 제휴를 통해 ‘멜론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 PEF들 간의 자존심 대결도 볼거리다. M&A시장의 큰손인 MBK는 올해 최대 M&A 거래였던 네파를 인수한 데 이어 ING생명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미국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함께 오비맥주의 대주주이기도 한 어피니티는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를 인수했다. 교보생명과 함께 ING생명 인수전 참여도 검토하고 있어 MBK-어피니티 간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