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직원의 ‘막말 파문’으로 불거진 대리점 밀어내기 파문이 식품 화장품 등 여러 업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될 조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서울우유 등 주요 유제품 업체들로 조사를 확대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불공정행위 등의 혐의로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남양유업 사태를 언급하며 “공정위가 기업과 기업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른바 ‘갑을 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남양유업은 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키로 했다.

공정위는 이날 시장감시국 등에서 3개팀을 구성해 서울우유, 한국야쿠르트, 매일유업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였다. 본사가 대리점이 주문하지 않은 물량을 강제로 넘기는 밀어내기 행위가 있었는지가 조사의 초점이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의 대리점 관리 현황과 영업, 마케팅 관련 자료를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1월과 4월 대리점주들의 신고를 받고 불공정거래 의혹을 조사 중이다.

공정위 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과거의 거래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개선 작업을 진행해 지금은 밀어내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도 “본사 퇴직자들이 주로 대리점을 운영해 본사와 대리점 간 갈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대리점주들은 여전히 밀어내기 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말까지 대리점을 운영한 이창섭 남양유업 대리점협의회 회장은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상품을 본사가 강제로 넘기고 유통기한이 임박해 폐기해야 하는 제품까지 보낸다”고 말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도 이달 말 20여개 업체를 공정위에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사태도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가 성명을 내고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 가맹점주협의회는 앞서 7일 남양유업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 편의점이 지난 4~7일 가맹점으로부터 접수한 남양유업 제품 발주량은 1주일 전보다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대형마트에선 반대로 같은 기간 남양유업 제품 매출이 1주일 전보다 10.8% 줄어들어 지역과 상권에 따라 매출에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과거 밀어내기 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거래 관행이 많이 개선됐다”며 “조사가 마녀사냥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승호/최만수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