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어제도 고향으로 내려가 병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아버지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했습니다.

아버지는 2008년 가을 대장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초기라 수술을 받으면 건강을 회복할 것이라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몇십 번의 항암치료가 이어졌습니다. 수술 후 1년간 열심히 운동을 하고 건강관리를 하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암이 폐로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폐의 일부를 제거해야 하는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예후가 좋지 않아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가 또다시 이어졌습니다.

회복 기미가 보였지만 작년 가을부터 다시 몸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폐는 물론 모든 뼈로 암이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계속되는 통원 치료와 항암치료에 아버지 체력은 급격하게 떨어졌습니다. 뼈에 들어차 있는 암 덩어리로 인해 어깨뼈가 골절됐습니다. 폐에 있는 암 덩어리 때문에 아버지는 산소 호흡기를 이용해야 숨을 쉴 수 있는 상황입니다. 혼자 서거나 걷기는 물론이고 병원에만 한 달째 누워 있습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가 우리 곁에 있기만 하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버지를 만나고 오면서 어쩌면 ‘내 욕심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아버지가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나쁜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5년간 아버지의 암 투병에 보험금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시골에 계신 대부분 부모님이 그렇겠지만 모아둔 돈이 많지 않았습니다. 자식이 큰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어떤 경로로 보험에 가입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그 보험금이 없었더라면 자식으로서 도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죄책감이 듭니다.

보험 덕분에 어머니와 저를 비롯한 형제들은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아버지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행히 보험으로 인해 우리 형제들은 불효자 소리는 듣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얼마나 더 견디실지 모르겠습니다.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아버지 곁의 어머니를 뒤로 하고 서울로 올 때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어쩌면 이번에 청구하는 보험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