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싸게 따온 일감이 실적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저가 수주의 ‘부메랑’이 증시를 덮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9~2010년 해외에서 대규모 수주한 건설·조선업 관련 종목들이 12일 연쇄 폭락했다.

GS건설이 지난 10일 어닝 쇼크 수준의 1분기 전망치를 발표한 뒤 촉발된 실적 악화 우려가 조선·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번지면서 업종 대표주들이 일제히 4~15% 떨어졌다.

현대중공업이 6% 떨어진 것을 비롯해 삼성중공업(-6.23%) 대우조선해양(-7.72%) 등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STX그룹은 STX엔진이 하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STX(-12.87%) STX조선해양(-13.40%) 등 그룹주 대부분이 10% 이상 떨어졌다.

조선주 폭락은 수주산업 실적 쇼크 우려에 불을 붙였다. 조선업체들은 해외 수주 의존도가 큰 데다 선박 건조 기간이 길고 대금도 건조 단계별로 받기 때문에 건설업종과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저가 수주 충격의 진앙지인 GS건설은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밀렸다. 해외 수주 물량이 많은 삼성엔지니어링(-9.1%)과 대림산업(-2.69%)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대모비스(-6.63%)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부품주도 실적 악화 우려가 겹쳤다. LG화학(-4.32%) 금호석유(-8.24%) 등 수출 비중이 높은 화학주도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GS건설이 주력 분야인 정유공장 건설에서 설명이 안 되는 실적을 내놓은 뒤 중동 수주 물량이 많은 건설사 전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 조선 등 고용 집약형 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 경제 전반에 또 다른 충격파를 몰고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