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삼성물산 등 잇달아 사업 중단·축소…동유럽 태양광 프로젝트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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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불가리아 등 재정위기에 보조금 줄여
LG상사도 작년 말 취소
LG상사도 작년 말 취소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이 동유럽지역에서 추진해온 태양광 발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외국 기업의 친환경 발전사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을 주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재정위기를 이유로 보조금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 신사업에너지팀은 루마니아 태양광 발전사업 프로젝트를 중단키로 최종 결정했다. 당초 남동발전은 LG상사와 함께 총 7000만달러를 투자, 루마니아 동부 바커우 스테닐리스티에 24㎿급 발전소를 짓고 전력 판매 사업을 벌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을 검토하던 LG상사가 작년 말께 투자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남동발전도 빠지기로 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익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가 삐걱대기 시작한 건 루마니아 정부가 태양광 지원금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루마니아는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 비율을 20%대로 끌어올린다는 유럽연합(EU) 에너지 정책에 따라 외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펴왔다.
그러나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태양광 발전소에 보조금을 축소하는 전력거래법 세부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발전 기업에 주던 친환경 인증서(GC·green certification)를 전력 ㎿h당 6장에서 3.5~4장 선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GC는 현지에서 장당 27~55유로 선에서 거래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h당 지원금이 162~330유로에서 108~220유로로 깎인다.
루마니아 지우르지우에서 45㎿급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 중인 삼성물산도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일단 현지 정부가 이른 시일 안에 GC 가격과 지원 규모 등을 줄일 순 없다고 보고 사업을 지속하기로 했다”며 “갑작스런 법률 개정에 대비해 올 상반기 안으로 발전소 건설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태 KOTRA 부쿠레슈티 무역관장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는 2013년 내에 완성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불가리아에선 정부와 외국계 태양광 투자업체 간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졌다. 작년 불가리아 정부는 재정난 타개를 위해 태양광 투자기업에 주던 발전차액보전금(FIT) 인하를 시도했다. 기업들의 반발로 인하에 실패하자 그해 9월 전력망 계통연계비(GAF·grid access fee)를 부과하는 임시법령(Decission-33)을 발표했다.
루마니아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남동발전, 중국 아스트로너지솔라 등은 세금을 신설하는 임시 법령이 불합리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총 43㎿ 규모, 남동발전은 중소기업 SDN과 함께 총 42㎿ 규모의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은 비교적 현지 기업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벌여 유럽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