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퍼팅 징크스에…김인경 또 '발목'
김인경(하나금융그룹)이 또 우승 문턱에서 짧은 거리의 퍼팅을 놓치며 주저앉았다.

김인경은 25일(한국시간) 미국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70만달러) 마지막날 18번홀(파4)에서 1m 거리의 파 퍼팅을 성공시키지 못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베아트리스 레카리(스페인)에게 연장전을 허용했다. 이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에 머물러 버디를 기록한 레카리에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김인경은 지난해 4월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18번홀에서 30㎝ 파 퍼트를 실패한 뒤 연장전에서 유선영에게 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쇼트퍼팅 징크스에…김인경 또 '발목'
이번엔 1년 만에 다시 잡은 우승 기회였다. 대회가 열린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6593야드)는 김인경의 샌디에이고 집에서 차로 15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여기에서 자주 라운드를 해 친해진 골프장 회원들로부터 일방적인 응원까지 받았다.

3타차 공동 3위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한 김인경은 1, 5, 7번홀에서 3개의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1번홀(파3)에서 1m 거리의 파 퍼팅이 홀을 외면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12번홀(파4)에서도 1.5m 거리의 파 퍼팅이 홀을 비켜갔다. 13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친 볼이 그린 왼쪽의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오른발이 심하게 높고 왼발이 낮은 라이에서 시도한 칩샷은 그린에 오른 뒤 굴러서 그린 밖으로 나가버렸고 역시 보기에 그쳤다. 치명적인 ‘3연속 보기’로 우승에서 멀어지는 듯싶었으나 15번홀(파4)에서 7m 버디 퍼트를 떨구며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특히 280야드짜리 파4 16번홀은 김인경을 위한 홀이었다. 호쾌한 드라이버샷으로 그린을 직접 공략해 ‘1온’에 성공했고 2m 이글 찬스를 맞았다. 이글 퍼팅이 홀 바로 옆에 멈추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버디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가 됐다. 마지막 조로 뒤따라오던 레카리도 이 홀에서 1m 버디를 성공시켜 김인경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18번홀에서 김인경의 9m 버디 퍼트는 홀 1m 근처에서 멈춰섰다. 그러나 이 퍼트는 들어가지 않았고 3퍼트를 하며 보기로 홀아웃했다. 다행스럽게 레카리도 17번홀(파5)에서 2m 버디 찬스를 놓치고 18번홀에서 김인경과 비슷한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는 바람에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18번홀에서 치른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김인경은 또다시 첫 버디 퍼트를 짧게 쳤다. 홀에서 3m가량 떨어졌고, 이를 넣지 못했다. 레카리도 2m 파 퍼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둘은 나란히 보기를 기록, 다시 18번홀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갔다.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레카리가 친 두 번째 샷은 그린 오른쪽 해저드 경계선 근처에 멈춰섰고 김인경의 볼은 그린에 올랐으나 홀에서 8m가량 못 미쳤다. 김인경의 버디 퍼트는 홀 옆에 멈췄다. 레카리는 그린 밖 5m 거리에서 퍼터로 쳤고 볼이 그대로 홀로 빨려들어가며 우승이 확정됐다. 2010년 CVS파머시챌린지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25만5000달러(약 2억8000만원).

김인경은 “후반 백나인에서 약간의 실수를 했고 그린에서 브레이크를 잘못 읽었다. 마지막홀에서도 그랬다. 연장 두 번째 홀의 두 번째 샷은 제대로 맞았으나 바람의 영향으로 홀에 못 미쳤다”며 아쉬워했다.

김인경은 연장전에 약한 모습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루키였던 2007년 웨그먼스LPGA 최종라운드에서 18번홀(파4)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끌려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에게 우승을 내줬다. 2010년 7월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에서는 최나연 김송희 김초롱 등과 연장 대결을 벌였으나 최나연에게 우승컵을 넘겼다.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오르며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막판에 5타를 잃고 자멸했다. 최나연(SK텔레콤)과 김하늘(KT)은 합계 5언더파로 공동 13위에 그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