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어떻게 굴릴까요"…낮아진 은행 PB센터 '문턱'
서울 대치동에 사는 김영모 씨(70)는 최근 3000만원을 가지고 우리은행 대치중앙PB센터를 찾았다. 연 3%에 불과한 정기예금에 넣자니 손에 쥘 이자가 형편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20분간 상담한 뒤 정기예금,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브라질 채권, 주식형 펀드에 각각 1000만원씩 나눠 투자했다.

경남 진주에 살던 서은숙 씨(65)는 올초 건강이 나빠져 서울 공덕동에 있는 아들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진주 집을 판 돈 1억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은행 여의도 PB센터를 찾았다. 서씨는 PB의 추천을 받아 5000만원은 예금 이자를 먼저 받을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에 넣었다. 나머지 3000만원은 즉시연금에, 2000만원은 월지급식 해외 채권에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로 서씨는 월 45만원 정도의 이자를 받고 있다.

5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해온 시중은행 PB센터에 중산층 고객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일반 영업점을 이용하도록 유도했지만 최근에는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PB센터 내방객들이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잠재 고객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은행과 증권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PWM센터’를 열고 3억원 이상의 고객에게 재무상담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이전에는 5억원 이상 자산가에게만 PB 상담 서비스를 제공했다.

씨티은행도 30~55세 중 금융자산 2000만원 이상을 갖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씨티은행은 이들을 ‘신흥 부유층’이라고 부르고 있다. 당장 예금 자산이 크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존 씨티은행의 PB 고객 기준은 자산 1억원(씨티골드)과 10억원(씨티프라이빗)이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최근 서민금융을 강화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PB센터도 문턱을 낮출 수밖에 없다”며 “위탁 자산 규모가 작아도 고객들에게 성실하게 상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센터를 방문하는 소액 예금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금 자산이 많지 않은 이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면 위험이 큰 만큼 시중은행 예금 금리보다 2~3%포인트 높은 연 6~9% 내외의 상품을 주로 추천하고 있다. PB들이 꼽는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하이일드채권 펀드, 이머징마켓 채권 펀드, 인컴펀드, 주가연계증권 등이다.

은퇴를 앞둔 장년층에는 무리한 수익률을 좇기보다 원금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상품 가입을 권하고 있다. 이정훈 우리은행 신압구정점 팀장은 “PB센터에서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자산이 많지 않아도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위험을 피하면서 추가 금리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영/김일규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