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영화 ‘해바라기’를 대표작으로 꼽았는데 앞으로는 ‘마이 리틀 히어로’가 될 것입니다. 제 30대의 첫 영화인데 만족도가 최고입니다. 이제는 연기를 조금 알 것 같아요. 힘을 빼고 여유있게 연기를 했더니 오히려 완성도가 높아졌습니다.”
유일한 음악감독은 한때 촉망받았지만 대작을 망친 뒤 재기를 모색하는 인물.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조선의 왕, 정조’의 어린 주인공을 찾는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나서 노래 천재 영광의 멘토가 된다. 그러나 필리핀계 혼혈아인 영광은 실력만으로는 우승하기 어렵다. 사회적 편견의 높은 벽이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
“저는 다문화 가정 아이에 대해 편견이 없었어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냥 다른 아이들처럼 대했죠. 영광이와 그의 흑인 친구 어린이는 스리랑카와 아프리카계 한국인이지만 성격이 참 밝더군요. 그러나 이 영화를 하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을 알게 됐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와 다르니까 잘 대해야 한다는 사고 자체가 편견일 것입니다.”
그는 촬영장에서 영광 역을 맡은 지대한 어린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지대한 어린이는 겁이 많고 자존심이 강했다.
“연습할 때는 잘하더니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니까 울더군요. 함께 나오는 라이벌 한국 아이들과 실력차가 너무 커서 부끄러웠던 거죠. 그 아이들은 뮤지컬 ‘빌리엘리어트’ 등에서 인정받은 프로들이었어요. 네가 잘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얘기해줬죠. 네가 가진 만큼을 감독도 좋아한다고요. 빨리 이해하더군요.”
그는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끝나자마자 이 영화에 출연했다. 원래 꼬마와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괜찮은 시나리오를 발견했다. 그는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가장 좋아한다고.
“그동안 저는 열심히 연기한 캐릭터들을 보여줬어요. 이번에는 힘을 빼고 쉽게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비우고 들어가자’면서. 학력 위조 사실이 들통난 후 동료 심사위원에게 영광이를 맡아 달라고 무릎 꿇고 사정하는 장면이 대표적이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다가 당일 아침에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 들어가니 대본보다 템포가 빨라지더군요. 감독은 그게 더 좋다고 했어요. 배우로서 준비를 하지 않고 며칠을 기다리다 현장에 나서는 불안감도 경험했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5일간 하루 3시간씩만 자고 촬영을 마쳤다. 유일한 음악감독이 젊은날 뉴욕에서 방황하던 시절과 현지에서 영광이 출연한 뮤지컬 공연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시 당국에서 촬영 허가를 받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절차 없이 ‘도둑 촬영’을 했다.
“촬영을 마치고 햄버거를 마구 먹었더니 10㎏이나 살이 찌더군요. 지난 1년간 너무 힘겨운 일정이었어요. 요즘 4㎏을 뺐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