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지난해 건국 100주년을 자축했다. 건국 100년을 함께한 100세 장수 노인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대만 정부는 1500명이 넘는 100세 이상 노인 전원에게 행운의 황금열쇠를 선물했다. 남서부 항구도시 가오슝에 사는 자오무허 옹(101)이 화제의 중심이었다.

자오옹은 나이를 잊은 열정과 도전하는 삶으로 화제를 몰고다녔다. 영어를 못하는데도 75세에 5개월간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했고, 93세에 병원에서 자원봉사했으며, 96세에 석사 과정에 들어가 결석 한 번 없이 학위를 땄다. 12세부터 독학으로 쓰기 시작한 조충체(진서팔체의 하나) 서예작품이 대영도서관에 소장되는 영광을 누렸고, 올해엔 홍콩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유유자적 100년》은 이런 자오옹의 활력 인생기다. 자오옹이 구술하고, 자유기고가가 옮겼다. 자오옹의 인생 역정과 함께 건장한 청년 못지않게 늘 도전하며 즐기고 사는 노익장의 비결을 담았다.

자오옹은 지적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욕구가 컸다. 기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인터넷을 배우려고 할 때 누군가 이렇게 핀잔을 줬다. “곧 죽을 텐데 컴퓨터는 뭐하러 배우나.” 그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아직 죽지 않았네. 이렇게 살아 있지 않은가.”

자오옹은 나이를 내세워 남을 누르려 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고령에도 병원에서 자원봉사하고, 젊은이들과 어울려 배낭여행을 떠났다. “기회가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 시도하지 않으면 희망도 없고 소망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잊지 않았다.

돈은 물론 인정도 빚지지 않으려고 했다. 남에게 굽실거리지 않고, 분수에 맞지 않은 일은 사절했다. 건강은 타고난 것 같다. 요즘 건강상식에는 맞지 않는다. 챙겨 먹는 게 별로 없다. 아침밥은 진한 차 한 잔으로 대신했고, 하루 두 끼로 충분했다. 야식은 하지 않았다. 보통 새벽 1~2시 잠자리에 들며, 과일이라고는 가끔 먹는 바나나가 전부다.

장수의 비결이라는 게 있다면 “늘 만족하고 즐거워하라”는 것. 자오옹은 “되도록 화내지 않고, 늘 만족하며, 고민은 훌훌 털어버리라”고 조언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