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차세대 클래식 유망주를 선정해 안정적으로 무대를 제공하는 상주 음악가(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 공연장 등이 극단이나 밴드를 상주 아티스트로 정해 연 1~2회 공연을 올린 적은 있지만 클래식 아티스트 한 명을 전속으로 두고 연주 기회를 주는 것은 처음이다.

첫 번째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내년을 장식할 피아니스트 김다솔(23)은 4일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1년이라는 기간에 젊은 음악가가 얼마나 많이 성장할 수 있는지,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다솔은 내년 1월10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여섯 차례 무대에 올라 네 번의 리사이틀과 한 번의 트리오 공연, 한 번의 듀오 공연을 선보인다.

“실내악 연주는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안드레아스 브란텔리트,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첼리스트 데이비드 피아, 독일-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에릭 슈만 등 쟁쟁한 친구들과 함께할 예정입니다. 5월에 있을 바흐 골드베르크 연주는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큰 프로젝트이고요.”

198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6세 때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 유럽 무대에서 활동했다. 현재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2010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2011년 뮌헨ARD국제음악콩쿠르, 2012년 스위스 게자 안다 국제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해왔으며 19세 때 지휘자 미하엘 잰덜링과 독일 전역 투어를 거치며 크게 주목받았다. 지난해 라 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에서 호평을 받고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제 음악아카데미에 발탁돼 잘츠부르크 문화기금재단의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는 “고전음악과 낭만음악 위주로 신년음악회를 시작하고 바흐 리사이틀을 거쳐 10월에는 리게티의 연습곡 등 현대음악, 12월에는 거쉰 등의 재즈음악로 마무리할 것”이라며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작품과 아이디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음악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젊은 음악가들을 키워내고 있다. 영국 위그모어홀은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가 상주해 다양한 독주 및 실내악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우스뱅크센터에서는 마린 알솝이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활약 중이다.

베를린필은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고음악의 고장 톤 쿠프만과 손을 잡았으며 뉴욕필하모닉은 피아니스트 엠마뉴엘 엑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바이올리니스트 리사 바티아쉬빌리와 함께하고 있다.

이날 쇼케이스에 참석한 김용연 부사장은 “금호아트홀에서 수많은 영재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는데 내년 개관 12주년을 맞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아티스트를 키워내기 위해 상주 음악가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