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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축구로 '노사화합' 해법 찾은 이 남자 사연은…

정창영 코레일 사장 인터뷰
축구단 내셔널리그 우승, 노사화합 촉매제 역할 ‘톡톡’
"애물단지 축구단 덕분에 노사화합 해법을 찾았습니다." 대전 코레일 본사에서 만난 정창영 사장(58.사진)은 우승 뒤풀이 덕에 잔뜩 쉰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감동적인 우승을 일궈낸 선수들과 직원, 노조집행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코레일 축구단이 29일 열린 '10주년 기념, 2012 내셔널리그 어워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최근 막을 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KB고양국민은행을 상대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낸 공적을 인정 받은 것. 정 사장에게 축구단의 우승은 '승부' 이상의 남다른 의미가 있다. 소극적인 회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았던 축구단이 낡은 코레일의 조직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1943년 '조선철도국축구단'이라는 이름으로 창단 코레일축구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단이자 한국 축구발전에 근간이 됐던 팀이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모기업의 적자운영을 이유로 제대로 된 지원도, 스타 선수도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만년 '꼴찌'라는 뜻에 '꼴도청'이란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솔직히 울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축구단을 드러내놓고 격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노조의 파업이 예고돼 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축구를 계기로 ‘해보자’는 조직 문화가 꿈틀대면서 기적 같은 일이 생긴 셈이죠"

정 사장은 지난 2월 공모제를 통해 부임했다. 그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코레일의 문제점은 수동적 조직문화였다. 만성적인 적자 탓에 직원들은 위축돼 있었고 조직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 그는 이대로라면 어떤 경영목표도, 미래성장 동력도 기대하기 힘들어 보였다고 회고했다.

정 사장은 "모든 일에 수동적이었어요. 시키면 하고 아님 말고 식이었죠. '디테일 경영이다', '시스템 경영이다' 하는 것들이 결국 능동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 끝장을 본다는 생각으로 정 사장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불철주야 전국의 사업장을 순회했다. 새벽 5시에 시작한 하루 일정은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그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은 최소한의 검수기능을 제외한 업무의 전권을 담당자에게 부여했다. 모든 문제를 스스로 묻고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6개월 이란 시간이 흘렀고 변화의 조짐은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방 사업장의 사고율은 눈에 띄게 줄었고 상반기 영업실적 또한 흑자로 돌아선 것. 분위기를 이어 갈 '한방'이 절실했다.

'한방'의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 9월 정 사장이 사내체육대회에 동호인 팀과 축구단 간의 친선 경기를 주선 한 것. 코레일 전국사업장을 통틀어 가장 많은 수의 동호회가 활동하는 것이 바로 축구였기 때문이다. 4-0 축구단의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에서 장 사장은 이제는 노사가 화합하여 실적이든 축구든 "코레일의 저력을 보여줘야 할 때" 라고 호소했다.

기적 같은 일은 이 달 초 일어났다. 코레일 축구단은 체육대회에 초청된 이후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고 리그 5위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 한데 이어 디펜딩 챔피언인 울산현대미포조선 마저 2-1로 제압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것.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진 두 차례의 챔피언결정전은 코레일의 축제였다. 투표를 통해 자발적인 파업철회를 결정해준 노조까지 "저력을 보여주자"며 응원을 권유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직원수만 1만명에 가까울 정도였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코레일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다.

정 사장은 경기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3만5천 여명의 직원들을 대표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쏟았다. 정 사장은 "축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화합을 이끄는 감초 역할을 해줬다"며 "이 분위기를 이어가 노사화합은 물론 능동적인 조직문화를 통해 흑자기조를 이어 갈 수 있도록 할 것" 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전=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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