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서 보는 그림 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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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리뷰] 동양화를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봐야하는 이유는?
박물관에서 만나는 동양화에는 왜 서양화에서 볼 수 있는 원근법이 없을까. 서양화는 액자 밖에서 마치 창밖의 사실적 경치를 감상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동양화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그 안의 산이며 강이며 언덕을 소요하도록 의도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감상자가 마음으로 여러 곳을 이동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려면 하나의 단일한 시점만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 김상엽씨(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의 ‘들어가서 보는 그림 동양화’(루비박스 펴냄)는 동양화 감상에서 갖게 되는 다양한 의문점에 답하기 위해 출간됐다. 서양화 감상법에 대한 책은 홍수를 이룰만큼 많이 나와 있지만 정작 우리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입문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동양화의 정신성이나 기법에 대한 설명, 혹은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서구적 미감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까지 미술사의 영역에서 김용옥이 동양철학에서, 진중권이 미학에서 이룩한 단단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그런 단계로 나아가는 토대작업의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동양화 대중화의 열망을 바탕으로 동양화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매력을 강의하듯 편안하게 들려준다. 대학은 물론 미술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강의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예리하게 꿰뚫고 이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책은 2부 10개장으로 이뤄졌다. 1부에서는 그동안 책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동양화의 조형원리와 감상방식을 다뤘다. 저자는 동양화는 본질의 묘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림자를 그리지 않으며, 감상자와 대화를 나누는 그림이므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덜어냄으로써 간결한 화면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또 동양화에 노인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늙음’을 기욕이 식는 대신 총명이 눈을 뜨는 경지로 본 동양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2부에서는 유사한 회화전통을 지닌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파헤친다. 문인화, 화북과 강남, 문화권과 회화권 등의 문제를 통해 동양이라는 개념과 범주는 세 나라가 다르지만 역사적 측면에서는 서로 깊이 얽혀있고 공통분모도 적지 않아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져선 곤란하며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질 것을 충고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강의실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책도 동양화처럼 들어가서 ‘듣는’ 책인 셈이다. 216쪽 1만3500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박물관에서 만나는 동양화에는 왜 서양화에서 볼 수 있는 원근법이 없을까. 서양화는 액자 밖에서 마치 창밖의 사실적 경치를 감상하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데 비해 동양화는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 그 안의 산이며 강이며 언덕을 소요하도록 의도된 그림이기 때문이다. 감상자가 마음으로 여러 곳을 이동하며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려면 하나의 단일한 시점만으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술사학자 김상엽씨(문화재청 문화재감정관)의 ‘들어가서 보는 그림 동양화’(루비박스 펴냄)는 동양화 감상에서 갖게 되는 다양한 의문점에 답하기 위해 출간됐다. 서양화 감상법에 대한 책은 홍수를 이룰만큼 많이 나와 있지만 정작 우리 그림을 보는 법에 대한 입문서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동양화의 정신성이나 기법에 대한 설명, 혹은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서구적 미감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중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직까지 미술사의 영역에서 김용옥이 동양철학에서, 진중권이 미학에서 이룩한 단단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이 책은 그런 단계로 나아가는 토대작업의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동양화 대중화의 열망을 바탕으로 동양화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과 매력을 강의하듯 편안하게 들려준다. 대학은 물론 미술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강의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예리하게 꿰뚫고 이를 정확하게 짚어준다.
책은 2부 10개장으로 이뤄졌다. 1부에서는 그동안 책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동양화의 조형원리와 감상방식을 다뤘다. 저자는 동양화는 본질의 묘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림자를 그리지 않으며, 감상자와 대화를 나누는 그림이므로 화면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덜어냄으로써 간결한 화면을 지향한다고 주장한다. 또 동양화에 노인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늙음’을 기욕이 식는 대신 총명이 눈을 뜨는 경지로 본 동양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2부에서는 유사한 회화전통을 지닌 한국과 중국, 일본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파헤친다. 문인화, 화북과 강남, 문화권과 회화권 등의 문제를 통해 동양이라는 개념과 범주는 세 나라가 다르지만 역사적 측면에서는 서로 깊이 얽혀있고 공통분모도 적지 않아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져선 곤란하며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질 것을 충고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강의실 현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책도 동양화처럼 들어가서 ‘듣는’ 책인 셈이다. 216쪽 1만3500원.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