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로 동결했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기 상황과 정부의 경기부양 효과를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향후 경기가 더욱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정책적 여력을 남겨둔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한은이 경기판단이나 부양정책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한은 “유연하게 대응”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전격적으로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2개월째 동결이다.

김 총재는 국내 경제에 대해 “내수가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고 수출이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미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전달의 ‘성장 둔화’보다는 표현 강도가 강해졌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유로지역 재정위기의 실물 경제 파급과 미국의 급격한 재정긴축 현실화 가능성 등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총재는 “매일매일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매우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결정과 독일 헌법재판소의 유로안정화기구(ESM) 설립에 대한 합헌 결정의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양적완화 결정도 남아 있다.

향후 경기상황에 대비해 금리 인하 여력을 남겨둔다는 의미도 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은은 정책 수단이 빠르게 소진하는 것을 꺼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인하’에 다시 무게

하지만 정부는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일 총 13조원 규모의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은 뒤 한은의 정책 공조를 내심 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2분기 국내 경제가 0.3%(전기 대비) 성장에 그친 데다 수출마저 2개월 연속 감소한 만큼 ‘인하’ 쪽에 무게 중심이 많이 옮겨간 상황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경제 상황과 정부의 노력에 비해 한은의 태도는 너무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을 자제해온 상황에서 이 같은 언급은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경우 지난 10일 내놓은 대책 효과와 맞물려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균형재정 기조까지 흔들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는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한은의 결정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월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탄약을 아끼는 것은 결국 총을 쏘기 위한 것”이라며 “10월 한은의 수정경제 전망 발표에 맞춰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상무도 “수출과 내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동결 행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이심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