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2~3개가 신규 발급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카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소비자들이 복수의 카드 사용을 포기하고 부가 서비스가 가장 좋은 카드 1장만을 선택하는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카드업계도 카드 한 장에 강력한 혜택을 담아 소비자를 공략하는 이른바 ‘원카드’ 전략을 사용하면서 일부 카드에 인기가 몰리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1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SK카드가 내놓은 ‘클럽SK’카드는 발매 4개월 만에 52만장을 돌파하며 올해 출시된 카드 가운데 유일하게 밀리언셀러를 바라보고 있다. 외환은행의 ‘2X’카드도 3개월 동안 30만장 이상이 발급됐다. 하지만 이들 이외의 발급실적은 저조하다. 신한카드가 출시한 레슨, RPM카드를 비롯해 롯데카드의 포인트플러스펜타카드 등은 10만장 안팎에 머물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다양한 카드들이 경쟁하며 비교적 고른 성적을 거뒀는데 요즘에는 카드별 쏠림현상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몇 개 카드만 인기를 독차지하게 된 주요 원인은 카드사들의 부가 서비스 이용조건 강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함께 리볼빙 서비스 등 금리인하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흔히 ‘허들’이라고 불리는 전월사용 실적을 잇따라 높였다. 전월에 20만원만 쓰면 줬던 카드 혜택을 30만원 등으로 올리면서 부가 서비스 비용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허들이 높아지면서 회원들이 부가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의 개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카드 회원 1명의 평균 카드사용액은 70만원 안팎이다. 전월 사용실적이 20만원이라면 3개 카드에서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전월 사용실적이 30만원으로 오르면 2개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클럽SK카드의 경우 한 달 통신비 1만5000원 할인, 휘발유 1ℓ 주유당 150원 할인 혜택을 보기 위해 전월 60만원 이상 써야 한다. 하지만 통신비와 주유비로 결제되는 비용은 전월 사용실적에서 빠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90만원에 가까운 돈을 써야 한다. 클럽SK를 선택하면 다른 카드를 더 가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소비자들이 혜택이 가장 많은 카드를 찾아나서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반영, 카드사들은 한 카드에 혜택을 몰아주는 ‘원카드’ 전략에 나서고 있다. 원카드를 처음 들고 나온 KB국민카드는 비교적 복잡한 상품구조와 연회비 통합 부과에도 불구하고 ‘혜담’카드를 27만장을 팔아 선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가 늘어나면 여러 카드를 쓸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지만 지금은 어려운 때”라며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되는 상황에 맞춰 영업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