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씨앗이 건강에 좋다고 널리 알려지면서 이를 식용으로 찾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일부 씨앗은 독성이 강해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9일 주의를 당부했다.

가을철 가로수 주변에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에는 메칠피리독신이라는 독성물질이 들어있어 반드시 가열해 섭취해야 한다. 메칠피리독신은 한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발작과 함께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익혀도 독성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어른은 하루 10알 미만, 어린이는 2~3알만 먹어야 한다고 식약청은 강조했다.

청매실은 술을 담그거나 설탕에 절여 먹으면 문제가 없지만, 날것으로 먹으면 씨앗과 과육에 들어있는 시안배당체라는 성분이 몸에 해로울 수 있다. 시안배당체가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시안화수소는 청색증 등을 유발하며 과량 섭취 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마씨에도 시안배당체가 들어있으므로 물에 장시간 담근 뒤 여러 번 세척하거나, 200도 안팎에서 20분 가량 볶아 독소를 제거한 뒤 섭취해야 한다. 하루에 많아도 두 숟가락(16g) 이상은 먹지 않는 게 좋다. 살구, 복숭아, 매실, 사과 등의 씨앗도 시안배당체 함량이 높기 때문에 식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식약청은 설명했다.

또 간혹 가정에서 유채나 피마자(아주까리) 씨앗으로 기름을 짜려 하기도 하는데 위험천만한 일이다. 재래종 유채씨에는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에루스산과 갑상선비대증을 일으키는 글루코시놀레이트가 들어있다. 피마자는 구토, 위장염, 호흡저하 등의 원인이 되는 독성물질 리시닌을 담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유채기름과 피마자기름은 공장에서 독성물질을 제거하는 별도 정제과정을 거친 것이므로, 가정에서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고 식약청은 경고했다.

박선희 식약청 식품기준과장은 “일반적으로 식물 씨앗은 불포화지방산,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해 잘 먹으면 약이 되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식물이 자체 보호수단으로 독소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어 품종별로 올바른 섭취법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