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2시께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 한 무리의 젊은 삼성 직원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손에는 최신 삼성전자 제품을 들고 바쁘게 검색대를 통과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이날 모인 이들은 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점심을 함께 할 기회를 얻은 행운의 직원들이다. 지난 6월 이 회장의 취임 20주년을 맞아 그룹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과의 점심식사'를 함께 할 이벤트를 진행해 총 2000명의 지원자 중 선발한 남자 5명, 여자 5명이다.

모두 차장급 이하 직원들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테크윈,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제일모직, 삼성생명 등에서 각각 뽑혔다. 삼성전자 영상사업부에선 인도 출신의 판카즈 과장이 외국인 직원 중 유일하게 이 회장과의 점심에 초대를 받았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직원들에게 "분위기가 어땠냐"고 묻자 "공식 채널을 통해 듣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들은 선물로 받은 갤럭시S3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갤럭시 탭을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초사옥 42층에서 가진 이날 점심은 오전 11시30분 시작해 두 시간 이상 이어졌다.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넓히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솔직하고 격의없는 대화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누구 앞에서든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없이 말한다" 며 "회장과의 식사는 임원들도 긴장하는 자리지만 젊은 직원들은 밥도 잘 먹고 얘기도 잘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이 회장이 여성 직원과 점심을 함께 할 때도 결혼, 육아와 관련된 솔직담백한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당시 한 차장급 여직원은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 여자 차장이라고 하면 너무 무거워 선도 안들어온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