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의 삼성 반도체 '네 가지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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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① 메모리 산업 앞날 캄캄
② 원가 절감 경쟁 격화
③ 업계 라이벌 합종연횡
④ 삼성 직원들 열정 식어
① 메모리 산업 앞날 캄캄
② 원가 절감 경쟁 격화
③ 업계 라이벌 합종연횡
④ 삼성 직원들 열정 식어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사진)이 “안팎으로 ‘4중고’를 겪고 있다”며 반도체 위기론을 제기했다. 삼성 직원들의 열정이 예전만 못하다고 쓴소리도 했다.
전 사장은 지난달 개설한 반도체 부문 소통게시판에 ‘우리는 왜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현재 상황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힘을 합쳐 지혜롭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취지라고 삼성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 사장은 이 글에서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4중고 속에 놓여 있다”며 위기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메모리 산업 자체의 미래가 밝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IT(정보기술)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지금보다 성능이 뛰어난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고 추가로 사용되는 메모리 용량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 나올 윈도8과 울트라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역시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뀐 점도 지목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에서 얼마나 많은 칩을 생산하느냐는 ‘생산성’ 경쟁에서 ‘원가 절감’ 게임으로 바뀌었다는 게 전 사장의 설명이다. 모두 반도체 수요가 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생산성 개선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생산성 끌어올리기에 집착한다면 20㎚(나노미터)급 공정에서 10㎚급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지만 원가 절감 작업과 병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율이 떨어져 10㎚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으나 메모리 수요가 늘지 않아 미세공정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업황에 대해 전 사장은 “시장 상황이 무더운 여름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쟁 업체들의 합종연횡도 위기 요인으로 거론했다. 전 사장은 “PC용 D램에 주력하던 미국의 마이크론이 모바일 D램에 강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면 또 하나의 D램 전문 업체로 성장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사장은 외부 변수보다 내부 변화를 더 걱정했다. “삼성 내부의 열정이 부족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반도체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는 개발팀이 ‘하면 된다’는 신념 속에서 9개월 만에 한국 최초의 64K D램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워크스마트 등으로 자율적인 근무를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본은 집중과 몰입을 통해 고품질, 고성능 제품을 제공하고 고객과 함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전 사장은 “제품 주기가 짧은 모바일 시대에는 우리 제품이 조금만 더 앞서 나가면 된다”며 “모바일 시대가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 사장은 경북대(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 설계와 상품 기획, 경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시스템 LSI와 메모리 사업부에서 전략마케팅팀장으로 일했으며 AV사업부장도 지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전 사장은 지난달 개설한 반도체 부문 소통게시판에 ‘우리는 왜 위기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남겼다. 현재 상황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힘을 합쳐 지혜롭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한 취지라고 삼성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 사장은 이 글에서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4중고 속에 놓여 있다”며 위기 원인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메모리 산업 자체의 미래가 밝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IT(정보기술) 제품이 개발되더라도 지금보다 성능이 뛰어난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고 추가로 사용되는 메모리 용량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에 나올 윈도8과 울트라북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 역시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반도체 생산의 패러다임이 바뀐 점도 지목했다. 반도체를 만드는 원판인 웨이퍼에서 얼마나 많은 칩을 생산하느냐는 ‘생산성’ 경쟁에서 ‘원가 절감’ 게임으로 바뀌었다는 게 전 사장의 설명이다. 모두 반도체 수요가 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생산성 개선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생산성 끌어올리기에 집착한다면 20㎚(나노미터)급 공정에서 10㎚급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지만 원가 절감 작업과 병행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율이 떨어져 10㎚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으나 메모리 수요가 늘지 않아 미세공정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업황에 대해 전 사장은 “시장 상황이 무더운 여름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경쟁 업체들의 합종연횡도 위기 요인으로 거론했다. 전 사장은 “PC용 D램에 주력하던 미국의 마이크론이 모바일 D램에 강한 일본 엘피다를 인수하면 또 하나의 D램 전문 업체로 성장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사장은 외부 변수보다 내부 변화를 더 걱정했다. “삼성 내부의 열정이 부족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반도체를 만들어본 경험도 없는 개발팀이 ‘하면 된다’는 신념 속에서 9개월 만에 한국 최초의 64K D램을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워크스마트 등으로 자율적인 근무를 하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 사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기본은 집중과 몰입을 통해 고품질, 고성능 제품을 제공하고 고객과 함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전 사장은 “제품 주기가 짧은 모바일 시대에는 우리 제품이 조금만 더 앞서 나가면 된다”며 “모바일 시대가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 사장은 경북대(전자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반도체 설계와 상품 기획, 경영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시스템 LSI와 메모리 사업부에서 전략마케팅팀장으로 일했으며 AV사업부장도 지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