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장중 이슈들을 소화하면서 단기 조정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며 "지수는 지난 7월 말 대비 200포인트가량 올랐고, 지난 17일(장중 1964.07) 고점 대비 50포인트도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위아래 어느쪽으로도 움직임 폭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쇼크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단기 개별 악재로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향후 확정 판결에 따라 불확실성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함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 120만원이 무너졌다"며 "삼성전자의 단기 주가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번 결정이 최종 판결이 아니기 때문에 향후 항소를 통해 판결 결과가 상당부분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지난 25일 애플이 주장한 특허 7건 가운데 6건을 삼성전자가 침해했고 배상액 10억4394만달러(약 1조1900억원)를 지불하라고 평결을 내렸다. 애플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국내 판결과 달리 대부분의 특허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와 국가신용등급 상향 전망이라는 긍정적인 이슈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충격에서 빠르게 빠져나오는 모습"이라며 "시총 1위 종목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도 은행주를 중심으로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한 단계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전망은 '안정적(stable)'을 제시했다. 'Aa3'는 투자 등급 중 4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Aa3 등급에는 중국과 일본, 벨기에 칠레, 대만, 마카오 사우디 아라비아가 속해 있다.
곽 연구원은 "장 초반 삼성전자 쇼크에 시장이 출렁이기는 했지만 외국인이 그 외 다른 종목들에 대한 매수세를 확대하면서 시장에 지지력을 제공했다"며 "신용등급 상향 조정 이슈는 그동안 다른 굵직한 국제 이벤트들에 가려져 크게 주목을 못 받았기 때문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시장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공격적인 매매 전략은 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이선엽 연구원은 "이달 말 잭슨홀 연설 전까지는 방향을 결정할 만한 큰 움직임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현재 불확실성이 기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 변수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시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수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때는 틈새시장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헬스케어 등 바이오주, 중국 경기모멘텀과 관련된 소비주, 스마트기기 발전에 따른 부품주 등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멘텀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연구원은 "지금 시장은 IT, 자동차 등 주도주가 장을 이끌었던 이전 상승장과도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며 "특정 업종이나 종목이 더 낫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짧은 호흡으로 박스권 내 트레이딩 정도가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