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따라 늘어선 성곽 산책로…발 닿는 곳마다 장미꽃 만발
싱싱한 먹거리 파는 시장 밤마다 작은 콘서트장 변신
프랑스 니스에서 남서쪽으로 20㎞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 코발트빛 바다 위 부서지는 태양, 중세 흙벽이 만들어낸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벗삼아 거닐다 보면 마치 명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림 속을 걷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곳, 남프랑스 해안 마을 앙티브다.
○화가들이 사랑한 도시
앙티브는 화가들이 사랑한 도시다. 그림 속에서 항상 찬란하게 눈부신 곳으로 그려졌다. 모네의 ‘앙티브의 아침’에서는 신비롭고 따뜻한 풍경으로, 피카소의 ‘앙티브 밤의 낚시’에서는 활기차고 밝은 공간으로 나타난다. 폴 시냐크의 ‘앙티브, 폭풍’에서는 무서운 폭풍마저 따뜻한 빛을 발하며 부서진다. 인간의 야만과 폭력성을 자주 화폭에 담아온 피카소도 앙티브에서는 생의 환희와 축복을 느꼈던 모양이다. 화가들뿐만 아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올더스 헉슬리 등 수많은 작가들도 앙티브와 사랑에 빠졌다.
니스와 칸 사이에 있는 앙티브 여행은 중앙역인 앙티브 플라스 드골역에서 시작한다. 눈부신 태양과 끝없이 펼쳐진 바다, 투명한 물에 몸을 담근 호화 요트들이 골목 사이로 펼쳐졌다. 명화 속에서 본 풍경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고 쉴새없이 말을 걸어온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구시가에는 활력 넘치는 시장 ‘마르셰 프로방스’와 피카소 미술관이 있다. 이 둘만 제대로 돌아봐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구시가의 앙티브 해변을 따라 늘어선 카레 성곽은 평화로운 산책로다. 성곽 위에 앉아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젊은이들도 많고 아예 유화 도구를 챙겨 나와 지중해를 화폭에 담는 화가들도 눈에 띈다. 이 도시는 그리스인들이 만들었지만 프랑스를 탐내던 로마의 세자르에게 정복당했다. 이탈리아 국경과 가깝고 군사적인 요새로 주목돼 루이 14세 때 건축가 보방이 카레 성곽을 건설했다. 2600년 역사의 요새 마을이라곤 하지만 집집마다 피어 있는 장미꽃과 길목마다 아름답게 가꾸어놓은 화단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시끌벅적 정겨운 길거리 레스토랑
앙티브의 역사는 1865년 유명한 식물학자 뛰레가 아름다운 소나무 숲의 풍경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등대 하나와 작은 성당 두 곳, 포도주 농장 몇 개에 불과했지만 꽃을 사랑했던 뛰레의 열정으로 지금까지 세계 제일의 ‘장미 도시’로도 명성을 떨쳐왔다. 지금도 앙티브에서는 발 닿는 곳마다 빨간 장미꽃을 마주하게 된다.
성곽 산책을 마치고 피카소 미술관에 들렀다. 바르셀로나와 파리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과 또 다른, 활기차고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화풍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피카소는 1946년부터 16년간 여생을 앙티브에서 살며 여러 작품을 완성했다. 앙티브 시는 그리말디 성을 그의 작업실로 선물했다. 피카소는 이 성의 꼭대기에서 프랑스 남부 해안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없이 만들었고, 다시 이 성에 기증했다. 그의 작업 모습을 찍은 사진과 도예품 등 3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미로, 모딜리아니의 작품도 볼 수 있다.
구시가 피카소 미술관 뒤에 있는 시장 마르셰 프로방스는 낮과 밤 여러 번 들러도 질리지 않을 명소다. 낮에는 싱싱한 과일과 채소, 직접 재배한 천연 향신료와 허브, 지중해의 햇살을 머금은 수십 종의 올리브, 갓 잡아올린 생선 등 식료품 장터로 시끌벅적하다. 해가 지면 이 시장은 길거리 레스토랑으로 모습을 바꾼다. 홍합찜, 생선구이 등을 지역 특산 와인과 함께 내놓는다. 1인 15~20유로에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매일 밤 벌어지는 작은 콘서트는 여행자들의 흥을 돋운다. 시장을 등지고 뻗은 골목길 사이에는 전통 음식을 내놓는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앙티브의 중심에 있는 라 빌레트 공원에는 매년 7월 세계 재즈의 명인들이 모두 몰려든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페스티벌인 ‘쥐앙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1922년 작곡가 콜 포터가 음악인들을 초대해 즉흥 연주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고, 1960년부터 본격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축제 때가 아니더라도 구시가에는 하루종일 흥겨운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구시가에서 서쪽으로 향하는 해안가 쥐앙 레 팡에 가보길 권한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에 누워 느긋한 한때를 보낼 수 있고, 호화로운 요트 체험도 할 수 있다.
앙티브=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여행 팁
앙티브는 니스와 칸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중앙역인 앙티브 플라스 드골에 가려면 니스역에서 기차로 20여분, 버스로 40~50분 정도 걸린다. 공항에서는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60~80유로 선이다. 앙티브에는 호화로운 별장과 빌라, 호텔이 많다. 파리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샤를르 가르니에가 네덜란드 백만장자의 의뢰를 받아 호화 빌라를 설계해 지은 이후 100개에 달하는 호텔과 10곳이 넘는 캠핑장이 들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호텔 중 하나로 꼽히는 ‘캡 에덴 록(Cap Eden Roc)’은 마돈나, 샤론 스톤, 조지 클루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머물렀다. 1박에 120유로부터.
앙티브는 싱싱하고 맛있는 먹거리로도 명성이 높다. 12개에 6~7유로 정도인 석화는 대부분 싱싱하고 살이 많다. 팔딱팔딱 살아 뛰어오르는 해산물을 4인분 한 상 차리는 데 65~85유로면 충분하다. 앨버트가 광장에 있는 ‘앨버트 1세’ 레스토랑은 가장 오랜 전통과 맛을 자랑한다.
앙티브는 이탈리아 국경과도 가깝기 때문에 피자 맛집도 즐비하다. 호텔을 겸하고 있는 르 콜리에르 레스토랑은 30여종의 피자를 화덕에서 바로 구워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