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16일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넘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에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또 한화그룹 경영지원실장으로서 김 회장의 지시를 이행한 홍동욱 여천NCC 대표이사와 한화국토개발 대표이사로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김관수 씨에게는 각각 징역4년에 벌금 10억원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을 포함해 실형이 선고된 이들 3명의 피고인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한화그룹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 주주로서 계열사를 이용해 차명 계열사를 지원했다"며 "배임 범죄로 인한 계열사 피해가 2880억원에 이른다"고 실형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누나 등 가족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손해를 가하고, 상당한 규모의 차명 계좌를 운영하면서도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회장은 모든 공소사실에 대해 이는 전적으로 홍동옥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한화그룹은 피고인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의 보고 체계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본부조직에서는 김 회장을 CM(체어맨)이라고 부르면서 CM은 신의 경지이고 절대적인 충성의 대상이며 본부조직은 CM의 보좌기구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 회장이 한화S&C 주식을 세 아들에게 저가로 매각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운영팀 김모 부장과 에스앤에스에이스 금모 부장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을, 그룹 경영기획실 재무팀 어모 부장 등 6명에 대해서는 징역 1년~2년6개월에 집행유예를, 한화S&C 재경팀장 등 3명에게는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한화 대표이사 남모 씨 등 2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한화그룹 측은 재판부의 이러한 판단에 법률적 다툼의 소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항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과거 다른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풀려나거나 실형을 받더라도 구속은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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