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고(故) 백남준 선생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지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0일 경기 용인 상갈동의 '백남준 아트센터'에는 백남준 선생의 미망인인 구보다 시게코(사진)를 비롯해 이어령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황병기 가야금 명인, 이재율 경기부지사, 프럭서스 아티스트 다케히사 고수기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집전 개막 행사를 열렸다.

백남준 탄생 80주년 특집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의 제목은 '노스탤지어는 피드백의 제곱'이다. 백남준이 1992년도에 쓴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작품은 물론 김신일, 댄 그래험, 루츠 담백, 마리 바우어마이스터, 마이클 스노우, 발리 엑스포트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내년 1월20일까지 6개월간 선보인다.

개막식에서 이어령 전 장관은 "저에게는 팔십이라는 것이 어울리지만 백남준 선생의 경우만은 80주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게 좋다"며 "백남준은 늘 태어나고 죽는다"라며 고인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생전에 백 선생은 한 살 차이인 이 전 장관에게 선물을 가끔 줬었다는 것. 어느 날은 수성펜으로 돌에 그림을 그려줬다. 이 전 장관은 '이 그림 금방 지워진다'고 얘기하자, 백 선생은 '지워질 때까지 보는거야. 원래 예술품은 그 때 즐거워하는 거야. 내일이면 시시해져'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백남준은 제 영원한 친구이자 상상력의 스승이었다"며 "백남준은 우리가 가 보지 못한 길로 유혹하고 있고, 작품을 통해 여러분도 동행하시길 바란다"고 얘기를 마쳤다.

미망인인 구보타 시게코씨는 "남편은 비빔밥을 좋아했다. 모든 것을 섞는 한국의 비빔밥이 자신의 예술품과 비슷하다고 말하곤 했다"며 "남준, 생일 축하해요. 오늘 밤엔 당신이 좋아하는 비빔밥을 먹는다"며 회상했다.

또 "남편은 어린시절 점장이로부터 '유명해지지만 이곳저곳 떠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며 "그래서인지 여러나라에서 작품 활동을 했고 생전에 한국에 대한 향수가 늘 일었다. 이번 전시에 남편의 그런 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에는 '2012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시상식'도 동시에 진행됐다. 개막공연으로는 고인의 고등학교 4년 후배로 알려진 황병기 가야금 명인이 연주에 나섰다.

이재율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백남준은 국가, 인종, 종교, 가치관 등을 뛰어넘은 사상가이기도 했다"며 "삶과 예술을 통해 보여준 소통, 공유의 정신이야말로 21세기 창의사회를 주도할 역량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용인=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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