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랑스 등 홍역환자 급증…소아·청소년은 2회 접종 권고
동남아, 뎅기열·말라리아 주의…모기 피하고 여행 후에도 약 복용
'물갈이' 예방하려면 유산균 섭취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외국으로 나간 해외여행객은 548만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 매달 100만명 이상 출국, 올해 해외여행객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07년의 1333만명을 갈아치울 기세다. 하지만 낯선 이국땅은 여독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위생상태 불량, 현지 풍토병 등으로 건강이 위협당하기 쉽다. 해외여행을 앞둔 사람이 준비해야 할 예방접종 요령에 대해 이소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알레르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유럽 홍역 유행, 예방접종 필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국내로 유입된 감염병 사례는 2009년까지 200명 내외에 불과했지만 2010년 335명, 2011년 349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특히 유럽의 경우 홍역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으라고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0월에 영국 프랑스 스페인 루마니아 등 유럽지역 36개 국가에서 2만7000명 이상이 홍역에 감염돼 9명이 사망하고 현재 7300여명이 치료 중이라고 추산했다.
올림픽 개최국인 영국에서는 지난해 1000명, 올 들어 3월까지 256명의 홍역 환자가 보고됐다. 올림픽 원정 응원을 나가거나 유럽 외에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홍역 유행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면 홍역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MMR(홍역,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혼합 예방백신은 일반적으로 생후 12~15개월에 접종한다. 1회 접종만으로 최소 95%에서 항체가 형성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출국 전 MMR백신 2회 접종을 완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 풍진 백신은 기형아 출산 또는 유산이 우려되므로 임산부에게는 금기다. 접종 후 적어도 3개월간 임신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중국, 말라리아·뎅기열·콜레라 주의
동남아나 중국 남부를 여행할 때는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감염되는 세균성 이질과 콜레라, 모기를 매개로 발생하는 뎅기열과 말라리아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는 매년 1억명 이상이 감염되고 치사율도 2~10%로 높은 원충성 감염질환이다. 유행지역은 단 하루만 여행해도 말라리아에 걸릴 수 있다. 해마다 1만명 이상의 여행자들이 모국으로 돌아간 후 말라리아로 고생한다. 고위험지역은 열대 아프리카(특히 서부), 파푸아뉴기니, 태국-미얀마, 태국-캄보디아 접경지대다.
이런 지역을 여행할 경우 곤충기피제(DEET)를 바르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한 예방책이다. 여행지역에 따라 적절한 말라리아 예방약도 달라서 의사 추천으로 선택해 복용하는 게 좋다.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르퀸, 메플로퀸,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독시사이클린 등의 성분이 있다. 예방약은 사전에 복용하고 여행지역을 벗어난 후에도 약 4주간 계속 복용한다. 치료제로는 신풍제약에서 개발한 국산신약인 파라맥스(성분명 피로나리딘·알테수네이트)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제품이다. 급성열대열 및 삼일열 말라리아를 동시에 치료하는 유일한 약으로 꼽힌다.
◆서남아 장티푸스…위생 열악국가는 A형 간염
미국의 경우 보고된 장티푸스 환자의 60%가 해외여행 후 발병했고 우리나라도 그 수가 증가 추세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네시아 필리핀 페루 칠레 등의 오지로 여행하거나 현지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다면 장티푸스 예방백신을 미리 접종받는 게 바람직하다.
2주 이상 현지에 머물 경우 필수적으로 권장된다. 경구용 백신은 하루 건너 4회 복용하고, 주사용 백신보다 이상반응이 덜하면서 5년간 효과가 지속된다. 주사용 백신은 2세 이상에서 사용하며 0.5㎖를 1회 근육주사하면 2년까지 효과가 지속된다.
A형간염도 위생상태가 열악한 개발도상국, 특히 일반적인 관광코스를 벗어나 오래 여행할 경우 걸리기 쉽다. 사람의 간에 직접 전염되거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전파된다. 6세 이상의 소아나 성인은 간염 증상이 뚜렷하고 약 70%에서 황달이 동반된다. A형간염 감염 우려가 높은 나라를 여행할 경우 소아나 성인에 상관없이 접종받는 게 좋다.
호주 등 남반구 국가는 우리나라가 여름일 때 겨울에 해당되므로 65세 이상 노인과 임산부, 만성질환자(당뇨병·심장질환·폐질환·신장질환) 등 고위험군은 인플루엔자 감염(유행성 독감)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예방접종을 맞으면 된다. 국내 여행의학의사 1호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국제진료센터 옥진주 센터장은 “미국·유럽인 여행객들은 출장·여행을 가기 전 말라리아 예방접종 같은 의료 준비를 철저히 하고 의사 상담을 받는 것이 대중화돼 있다”며 “미리 의사의 영문 소견서를 지참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유산균제제, 해외여행 ‘물갈이’ 해소에 효과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복통과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명 ‘물갈이’라고 부르는 여행자 설사다. 주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에서 발생한다. 하루 3~5회 설사하면 여행자 설사로 본다. 복통·구토를 동반하고 발열·혈변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여행 전 정제·캡슐·스틱형 등의 유산균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산균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 정명준 대표는 “여행 1주일 전 고함량·고기능성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장내 유익균 수를 늘려 물갈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이소희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