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된 자동차. 독일에서는 30년 이상 지난 클래식 카를 ‘올드타이머(Old Timer)’라고 부른다. 독일식 영어인 올드타이머는 차량번호 뒤에 ‘H’가 붙는 번호판을 부여 받아 ‘올드카’로서의 명예를 얻는다. 지난해 독일에 등록된 30년 이상의 올드타이머는 23만1064대로 집계됐다. 이들 차량 대부분이 자국산 자동차다.

반면 한국의 도로 한복판에서는 독일처럼 세월이 묻어난 오래된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해마다 폐차되는 자동차만 80만대에 이른다. 다시 말해 신차 선호도가 높다는 뜻이다. 외국에 비해 폐차 주기도 짧다. 우리나라는 폐차주기가 8년밖에 되지 않아 미국(15년)이나 일본(18년)에 비해 자동차를 빠르게 교체하는 편이다.

서울에서 올드카가 드문 이유는 사회적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80~90년대는 낙후된 자동차 환경기술로 인해 자동차 사용 연수가 길지 못했다. 연료품질이 좋지 못한 한국의 올드카는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에서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오래된 연식의 차량은 고장이 났을 땐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 미국이나 독일의 중고차매매사이트에서는 10년 이상 된 차량이나 10만~20만㎞ 이상 탄 자동차 매물이 꽤 잘 팔려 나간다. 클래식한 멋을 내는 올드카는 잔존 가치가 우수하다.

중고차 전문업체 SK엔카에 따르면 국내에도 올드타이머로 여길 만한 1980년대 생산된 자동차들이 더러 있다. 국내산 차량으로는 1986년식 현대차 그랜저나 1987년식 포니2 픽업트럭 등이 매물로 등록돼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1980년의 현대차 스텔라, 포니, 프레스토 등도 등록돼 올드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관리가 잘된 올드카를 구입하면 신차 못지않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며 “원활한 부품 공급과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이 있다면 서울 도심에서도 클래식한 차량이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