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사과·배 담당 바이어들은 요즘 전국의 주요 산지를 돌며 올 추석 연휴(9월29일~10월1일) 선물세트에 담을 과일을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들은 통상 추석 2개월 전쯤부터 선물세트용 과일 확보를 시작하는데 올해는 그 시기가 한 달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황성재 이마트 바이어는 “창고에 비축된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이 앞으로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올해는 늦장마가 올 것이란 예상도 있어 조금이라도 맛이 좋을 때 확보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육 상태가 괜찮아 보인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할 정도로 물량 확보전이 치열하다”고 덧붙였다.

사과와 배 가격이 물량 부족과 작황 부진 탓에 들썩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사과 후지 상품(上品) 15㎏ 상자의 21일 평균 도매가는 9만4600원으로 전년 대비 12%, 최근 5년 평균보다는 46% 비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은 올 4~6월 사과 출하량이 평년보다 15% 이상 줄었고, 저장사과 품질도 작년보다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배 가격도 크게 뛰어 신고 상품 15㎏ 상자가 5만1000원을 기록, 5년간 평균보다 15% 비싸졌다. 유난히 배가 비쌌던 작년보다는 18% 하락했지만 저장배의 품질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배 이파리를 까맣게 물들이면서 과실 자체를 망가뜨리는 ‘흑성병’ 등 병충해가 확산되고 있어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농경연이 지난달 말 전국의 흑성병 발생률을 집계한 결과, 1년 전보다 4%포인트 높은 11%에 달했다. 최근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나방, 진딧물 등 해충이 많아지는 것도 변수라는 설명이다.

윤희은/임현우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