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수수료 절반 이하로
비과세 혜택까지…환급액 급증
인플레이션 상쇄·원금 보장도
조씨가 가입한 변액연금의 해약환급금이 적은 것은 초기에 많이 떼는 수수료(사업비) 탓이다. 지난 4월 수익률 논란이 제기된 후 변액연금 해지를 문의하거나 실제 해약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는 게 보험업계의 얘기다. 변액연금의 신규 가입자도 크게 감소했다. 생명보험업계 상위 10곳의 가입건수는 4월 4만614건으로, 전달보다 41% 줄었다.
하지만 변액연금은 장기 보험상품인 만큼 10년 이내의 단기 수익률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특히 계약 후 10년이 지나면 수수료가 절반 이하로 낮아지는 데다 비과세 혜택까지 있어 실제 환급액이 급증하는 구조다.
◆20년 부으면 해지해도 200%
한국경제신문과 생보협회가 현재 판매 중인 변액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추산한 결과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사업비를 모두 떼고도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익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2002년 변액연금이 최초 도입된 후 10년 이상 유지된 편입 펀드의 연환산 수익률은 6.01~11.75%로 계산됐다. 연평균 8% 정도다. 예컨대 2002년 10월 설정된 한 주식·채권 혼합형 펀드(변액연금 편입)의 초기 1년 수익률은 0.11%에 불과했다. 이후 3년 수익률은 25.53%, 5년 수익률은 30.72%, 지금까지 누적 수익률은 77.55%다. 이를 연 단위로 환산하면 8.22%가 된다.
다만 펀드 수익률과 변액연금의 실수익률엔 차이가 있다. 변액연금 가입 후 7~10년간 월 납입액의 10%가량을 선취 수수료로 떼기 때문이다. 중도해지했을 때 최소 원금을 찾으려면 5년 정도 지나야 하는 이유다.
현재 생보업계 평균 성적을 내고 있는 A사 변액연금의 경우 가입 후 1년 만에 해지하면 환급률이 57.4%인 것으로 집계됐다. 3년 후 환급률은 89.7%다. 5년이 지나면 해지 때 원금을 찾을 수 있다. 10년 이후엔 환급액이 급증할 수 있다. 수수료 절감 및 비과세 혜택 덕분이다.
변액연금 편입 펀드의 평균 수익률(연 8%)을 대입할 경우 20년 후 이 상품의 해약환급률은 221.7%로 계산됐다. 30년 후엔 무려 423.5%로 추산됐다.
◆“최소 10년 이상 불입해야”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변액연금의 장점이 간과돼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금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란 것이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변액연금이 투자상품의 성격을 갖고 있는 장기성 보험인데도 펀드로 오인되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며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변액연금이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변액연금의 경우 외국과 달리 전액 원금까지 보전된다. 실적배당형 상품이어서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개별 회사별로 최소 원금 이상 지급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 일정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며, 종신형 연금수령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꾸준히 수익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년 12회까지 적립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다른 펀드로 갈아탈 수 있어서다. 예컨대 주식시장이 상승기라면 채권형 펀드 비중을 낮추고 주식형으로 이동할 수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