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철강·기계株 반응 미지근…기대치 낮춰야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모호한 입’이 중국 금리 인하 호재를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만들어버렸다.
중국 금리 인하에 따른 상승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던 8일 증시는 장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내림세로 돌아서 결국 하락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려면 중국의 금리 인하만으론 부족하다”며 “미국이 3차 양적양화(QE3)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증시가 상승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호재 잠재운 버냉키
이날 코스피지수는 12.31포인트(0.67%) 하락한 1835.64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전격 단행된 중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전 한때 0.36% 상승하기도 했지만 곧 하락세로 반전했다.
중국 금리 인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하락 마감한 데는 버냉키 의장이 전날 의회 연설에서 QE3 시행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게 영향을 미쳤다. 김진성 한화증권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이 QE3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대목”이라며 “다만 현재 고용 상황에 대해 낙관적 견해를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정책 대응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국 금리 인하 기대치 낮춰야”
화학 철강 기계 등 중국 금리 인하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에 대한 시장 반응도 예상보다 미지근했다. 이날 한때 1.45% 상승했던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고 결국 0.24% 하락했다. LG화학이 0.92%, 한화케미칼이 1.02% 내렸고 금호석유화학은 보합으로 마감했다.
기계업종은 0.05% 하락했다. 철강·금속업종은 1.11% 오르기는 했지만 화학 및 기계업종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이 줄어드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금리 인하가 관련 업종의 과도한 조정을 제한하는 역할은 했지만 주가 흐름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당수 업종의 2분기 실적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화되고 실적 둔화 추세가 진정될 3분기는 돼야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업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이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초기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가 지속적인 부양책 발표로 유가와 나프타 가격이 움직인 뒤에야 본격적으로 반등했다”며 “이번에도 본격 반등세로 접어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제 막 금리 인하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관련 업종의 투자 비중을 늘리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QE3카드 언제 나올까
중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나타낸 만큼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19~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QE3에 대한 언급이 구체적으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연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Fed가 이달 초 베이지북을 통해 ‘4~5월 미국 경기의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 점으로 미뤄볼 때 이번 FOMC에서 QE3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QE3가 단행된다면 6월 고용 동향 악화가 확인된 뒤 3분기 중에야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 초저금리 상태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말한다. 국채 매입 등이 활용된다. 미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2009년 초, 2010년 말 두 차례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3차 양적완화(QE3) 실시 여부가 관심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