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판매는 크게 늘고 있지만 정비센터 수가 충분하지 않고 수리비 산정기준도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상위 7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비센터 한 곳당 차량등록 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3672대로 가장 많았다고 5일 발표했다. BMW는 정비소 한 곳당 3306대, 폭스바겐 2677개, 혼다 2625대, 아우디 2589대, 렉서스 2519대, 도요타 1794대 순이었다. 박재구 소비자원 거래조사팀장은 “정비센터 1개소당 감당해야 하는 차량이 많으면 고장 및 사고수리를 받기 위한 예약·대기시간이 늘어나 소비자 불편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또 부품가격과 함께 수리비를 결정하는 요인인 시간당 공임 역시 메르세데스-벤츠가 평균 6만8000원으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2위는 BMW로 6만원,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5만5000원으로 3위였다. 렉서스 5만원, 혼다 4만4000원, 도요타가 4만2000원 순이었다. 벤츠의 시간당 공임은 자동차 딜러에 따라 최저 6만원, 최고 7만6000원으로 1만6000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입차 수리 공임은 국산차 정비소보다 최고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서비스 종로옥인점 관계자는 “자동차를 수리할 때 시간당 공임이 작업 종류에 따라 3만5000~4만5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수입차 공임을 산정할 때 국산차 견적프로그램(AOS)과 같은 믿을 수 있는 보험 및 정비 업계 공동의 수리비 산정기준이 없어 한국 실정에 적합한 수입차 견적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박 팀장은 “장기적으로는 업계 공동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수입차 견적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겠지만 일단은 유럽(AUDATEX)이나 미국(MITCHELL)에서 사용하는 글로벌 견적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수입차의 공식 딜러 부품의 가격과 병행수입업체의 가격 차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사대상 7개 브랜드의 대표적인 2개 차종의 범퍼, 보닛 등 주요 부품에 대해 공식 딜러의 부품가격(권장소비자가)과 병행수입업체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병행수입업체의 가격이 대체로 낮았다. 렉서스의 공식 딜러 권장소비자가를 100으로 봤을 때 병행수입업체 부품의 가격은 87.0으로 가장 큰 차이가 났다. 폭스바겐은 88.3, 아우디 89.7, 도요타 90.7, 벤츠 91.5, BMW 95.0의 순이었다. 혼다의 경우만 병행수입업체가 103.0으로 공식 딜러보다 비쌌다.

소비자원은 수입차의 원활한 사후서비스(AS)를 위해서는 정비센터를 확대하고, 직영 AS센터의 확충이 어렵다면 기존 1~2급 정비공장을 협력업체로 지정하는 등 업체별로 전국적인 정비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