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에 대처하는 방식이 상당히 세련돼졌다.”

요즘 ‘개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바라보는 증권사 일선 지점장들의 평가다. “과거 같으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조정장에서 낙폭과대 중소형주에 거액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조정장에서는 그런 무모함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주식투자금을 원금보장형 금융투자 상품이나 단기 정기예금으로 이동시켜 아예 쉬거나,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에 대한 중·장기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1. 일단 떠나자!…신규투자 접고 MMF로 이동

31일 코스피지수는 1.39포인트(0.08%) 내린 1843.47으로 마감됐다. 장 초반에는 1% 넘게 하락했지만 마감 직전 프로그램을 통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지수 하락 폭이 줄었다. 5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6.98% 하락했다.

조정장을 맞아 개인들이 가장 많이 보여준 유형은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조정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해 신규 투자를 접고, 머니마켓펀드(MMF)나 만기 6개월 미만의 원금보장형 상품, 혹은 예금에 주식투자용 자금을 넣어두는 투자자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개인투자자들의 MMF설정원본과 종합자산관리계좌(CMA)잔액은 올 들어 각각 8651억원과 9439억원 증가했다. 3~6개월 주식시장을 쳐다보지 않을 생각으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1조6930억원 증가했다. 고 지점장은 “최근 자금유입 추세를 감안하면, 4, 5월에도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 증가세는 지속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바꿈’이 활발한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휴식에 접어들면서 거래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4월 말 6조원 수준이었던 하루 거래대금은 5월 들어 2조원대로 줄어들었다.


2. 펀드로 만회? 중도상환 수수료 없는 ETF 투자

짧게 투자하려는 목적으로 펀드에 가입하는 개인들도 있다. 간접투자로 조정장의 리스크를 최소하면서 고수익도 노려보겠다는 의도다.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중 2000선을 회복할 것으로 보고 지수추종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게 대표적이다. KODEX레버리지는 개인들이 5월에 3585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2위에 올랐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단기투자에 적합한 펀드들도 인기다. 지난달 중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전혀 없다. 자금유입 규모 2위와 4위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과 ‘한국투자한국의힘1’도 일부 유형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다.

한 자문사 대표는 “요즘 ‘선수’들 사이에서 ‘사면 물리고, 놀면 이긴다’는 뜻의 ‘사물놀이’라는 표현이 유행”이라며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보면 기관이나 외국인 못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3. 삼성전자뿐! 조정을 매수 기회로…순매수 1위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돌파한 지난해 12월 이후 개인들은 삼성전자 매수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자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5월 들어 30일까지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8298억원)였다.

서울 마포에서 영업 중인 한 증권사 지점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120만원대로 떨어지자 만기가 돌아온 예금 1억원을 들고 와 매수한 가정주부가 있었다”며 “지난해 8월 이후 조정장에서 투자 기회를 놓쳤던 고객 가운데 이번이 삼성전자에 올라 탈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송종현/유승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