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컴퓨터(PC) 분야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 쪽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구글 진영의 ‘안드로이드폰’이나 애플의 ‘아이폰’은 물론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바다폰’보다도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는 비웃음을 받기도 했다.

그런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해 하반기 ‘윈도8’을 내놓는다. PC뿐만 아니라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다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운영체제(OS)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한국을 찾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사진) 역시 윈도8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IT생태계 주요 기반”

발머 CEO는 22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서울방송(SBS) 주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윈도8은 30년 가까이 이어진 윈도 시리즈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회의 시대’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윈도8을 “단순한 마이크로소프트 상품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생태계에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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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머 CEO는 “마이크로소프트가 1985년 처음으로 윈도를 내놨으니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며 “윈도8은 마이크로소프트가 IT 생태계에 핵심플랫폼으로 남아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생활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필요한 모든 것을 한번에 해줄 수 있는 운영체제가 윈도8”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애플, 구글 등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를 구축한 회사들의 영향력이 3~4년 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 애플 진영과 격렬하게 싸울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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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보다 삶을 바꾸는 기술 연구”

하지만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발달했다고 해도 지금처럼 청중과 직접 눈을 맞추며 말을 하는 편이 낫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의 차이는 여전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IT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발머 CEO는 구체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구·개발(R&D)을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새로운 시나리오 △주위 상황과 사용자 의도에 맞는 정보를 컴퓨터가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음성·동작 인식 등을 활용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제품의 모양새(form factor) △클라우드 컴퓨팅 △핵심 플랫폼과 이를 통한 생태계 구축이다.

그는 특히 첫 번째 언급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강조했다. “IT 업계는 지금도 프로세서의 코어 숫자를 늘리고 해상도를 높이는 등 이미 존재하는 것을 어떻게 바꿀까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스펙보다 삶을 바꾸는 기술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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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연간 R&D에 투입하는 예산은 100억달러에 이른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섯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고 전했다.

발머 CEO는 한국과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600여개 한국 벤처기업들과 협력해 3년 동안 6000만달러에 이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