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쎌 자회사인 현대요트의 도순기 대표는 “우리 손으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할 만한 고급 요트를 만들 수 있는데 어떻게 요트 국산화의 열정을 버릴 수 있겠느냐”며 이같이 반문했다.
2008년 현대요트와 인연을 맺은 도 대표는 지금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다.
2009년과 2010년 국내 최초의 럭셔리 요트인 ‘아산42’와 ‘아산45’(사진)를 연달아 개발해 출시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수요가 기대만큼 일어나지 않은 때문이다. 도 대표는 “1년6개월의 건조 기간과 중소기업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5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며 아산42와 45를 제작했다”며 “하지만 양산 후 국내 시장을 보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아산45는 속도를 최고 35노트(64.82㎞/h)까지 낼 수 있고 수입산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미엘 주방가구를 장착했다. 승선인원은 최대 12명이다. 가격은 옵션에 따라 10억원 이상 웃도는 것도 있다. 다행히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업무단지를 개발한 게일(GALE)사로부터 강과 호수 등을 운항하는 관광용 선박(리버 크루즈·river cruise) 3대를 수주하면서 럭셔리 요트 개발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인천의 옛 이름인 ‘미추홀’로 명명된 이 관광용 선박은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 기간 동안 국내외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이 회사가 또 하나의 히트 상품으로 개발한 게 바로 ‘EGO RAONHAJE(이고 라온하제)’란 반 잠수정이다.
세계 4대 보트쇼 중 하나인 미국 마이애미 보트쇼에서 지난해 2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튜브에서도 25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CNN 등 해외미디어에서 집중적인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라온하제는 보트 바닥이 20㎜짜리 아크릴 유리창으로 돼 있어 바닷속 세상을 훤히 볼 수 있다. 위는 요트 형태로 요트와 바닷속 탐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신개념 보트인 셈이다. 2명이 탈 수 있는 3.35m 길이의 정사각 구조로 두 개의 배터리로 시속 9㎞ 정도의 속도를 내며 운항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식으로 한 번 충전하면 크루즈운항 모드에서 8시간을 달릴 수 있으며, 최고 속도로 4시간 운항이 가능하다.
현대요트는 신개념 디자인과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이고 라온하제를 주력 수출상품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라온하제는 해외 시장 60여곳에서 딜러 및 구입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낚시 전용 보트와 라온하제 덕분에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도 대표는 여기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여전히 럭셔리 요트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요트를 수입해서 파는 쉬운 길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제조업에 뛰어든 선박업체들과 해양레저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이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하고 지원해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요트도 첨단 신산업으로 분류해 중소기업 금융지원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