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작, 본 등 남성복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패션업체 우성I&C가 패션그룹형지에 인수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지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우성I&C는 전날보다 250원(14.93%) 오른 19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성I&C가 전날 장마감 후 공시를 통해 이종우 대표 등 대주주 지분 40.93%를 최병오 형지 회장 일가에게 120억원에 넘겼다고 밝힌 게 호재가 됐다. 연매출 7000억원에 달하는 거대 패션그룹의 우산 아래 들어가게 된 만큼 향후 영업이나 마케팅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서다.

최 회장은 크로커다일레이디, 올리비아하슬러 등을 보유한 패션그룹형지와 여성복 브랜드 샤트렌의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CEO)다.

최 회장은 29일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여성복에 집중된 패션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개인 돈을 들여 인수한 것”이라며 “예작, 본, 본지플로어 등 우성I&C 브랜드들의 국내 사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에도 진출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로선 우성I&C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비상장기업인 형지를 우회 상장시킬 계획은 없다”며 “우성I&C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이번 합병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남성복이 주력인 회사와 여성복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만난 만큼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복만 파고들었던 형지가 남성복시장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성복시장은 제일모직 LG패션 코오롱 신원 등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형지가 인수했더라도 우성I&C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형지가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만큼 우성I&C 브랜드의 중국 진출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I&C의 지난해 매출은 629억원으로 2010년보다 9.6% 늘었지만, 재고 증가 등으로 인해 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