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獨·中보다 저평가
은행·화학주 가격 '매력적'…한국전력·한솔제지도 주목
지난해 실적을 반영해 보니 국내 증시의 투자지표는 엇갈렸다. 순이익 대비 가격 매력을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은 다소 높아진 반면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뜻하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낮아졌다. 주요 국가 증시와 비교해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SK 외환은행 우리금융 등 저PER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잉여금 쌓이면서 PBR은 낮아져
한국거래소가 12월 결산 법인의 지난해 실적을 반영해 국내 증시 투자지표를 산출한 결과, 코스피200지수의 PER은 11.48배에서 11.86배로 다소 올랐다. 지난 20일 현재 주가에다 주당 순이익을 나눈 수치로, 분모만 2010년에서 2011년 순이익으로 바뀐 것이다. PER이 높으면 벌어들인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싸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즉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낮아졌다고 풀이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2010년보다 3.2% 감소해 PER이 다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우량주로 구성된 코스닥프리미어지수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12.8% 급감하면서 PER도 15.65배에서 17.94배로 올랐다.
반면 코스피200지수의 PBR은 작년 실적 반영 후 1.35배에서 1.29배로 다소 낮아졌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상장사들이 불안한 대외 환경 탓에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잉여금을 쌓아놓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투자지표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연결 재무제표에서 상장사의 비지배 지분을 제외한 순이익으로 산출됐다.
○코스피지수 저평가 여전
국내 증시는 해외 증시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증시와 비교하기 위해 적자 기업을 제외하고 산출한 코스피200지수의 PER은 10.0배로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14.35배), 영국 FTSE100(10.7배), 독일 DAX30(11.36배) 등 선진국 지수는 물론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12.57배)보다도 낮았다. 코스닥 프리미어지수 역시 PER이 14.67배로 미국 나스닥100(17.08배)보다 저평가돼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저평가 폭이 확대됐고 중국 등 신흥국 증시 대비 저평가 폭은 축소됐다.
코스피200의 다우지수 대비 할인율은 지난해 17.8%에서 올해 30.31%로 확대됐고 독일 증시 대비 할인율도 8.12%에서 11.97%로 높아졌다. 반면 중국 증시와 비교한 코스피200 할인율은 26.62%에서 20.45%로 줄었다.
○SK PER 3.29배 그쳐
PER과 PBR은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저평가 매력이 해소 단계에 오면서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관심이 높아졌다”며 저PER 종목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주요 대형주 가운데 SK가 PER 3.29배에 그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어 외환은행(3.39배) 우리금융(4.53배) SK이노베이션(4.88배) 등의 순이었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올해 실적 추정치를 감안해도 PER은 4.46배에 그쳐 저평가가 여전하다”며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전환하면서 다른 대표주와 키 맞추기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PBR 종목으로는 한국전력이 0.27배에 그쳐 가장 눈에 띄었다. 한국가스공사(0.40배) 한솔제지(0.45배) 한화(0.50배) 등이 뒤를 이었다. PBR이 1배 미만일 경우 현재 주가가 기업의 청산 가치보다도 낮다는 의미다.
김유미/유승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