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49달러짜리 태블릿PC를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태블릿PC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으로 시장을 흔들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99달러에 팔리고 있는 아마존의 7인치 태블릿PC ‘킨들파이어’와 함께 보급형 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첫 보급형 태블릿PC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갤럭시탭2 7.0’ 모델을 오는 22일부터 판매한다고 12일 밝혔다. 1024×600 해상도의 7인치 LCD(액정표시장치)가 탑재됐다. 중앙처리장치(CPU)는 1㎓(기가헤르츠) 듀얼코어 프로세서, 램은 1GB(기가바이트)다. 내장 메모리는 8GB와 16GB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운영체제(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이 들어간다. 아직 국내 판매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 모델은 삼성의 7인치 태블릿PC 라인업 가운데 가장 하위에 속한다. 상위 모델로는 갤럭시탭 7.7, 갤럭시탭 7.0 플러스가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태블릿PC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할 목적으로 보급형 제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에서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내 보급형 태블릿을 출시해 다양한 시장 상황에 맞춰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계획을 이번에 실현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출시한 태블릿PC의 크기는 7인치, 7.7인치, 8.9인치, 10.1인치 등이다. 11.6인치 크기의 태블릿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의 출고가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전자제품 소매점에서 예약을 받고 있는 가격은 249.99달러다. 갤럭시탭 7.7, 갤럭시탭 7.0 플러스와 비교해 각각 250달러, 150달러 낮다. 지금까지 출시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가운데 가장 싼 제품이다.

◆“가격 대비 성능 뛰어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1차적으로는 아마존의 킨들파이어가 장악한 시장을 노리고 이 제품을 내놨다고 해석하고 있다. 킨들파이어의 가격은 199달러로 갤럭시탭2 7.0보다 50달러 싼 값에 팔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선보인 킨들파이어는 판매 1주일 만에 100만대 이상 팔리는 등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플러리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채택한 태블릿PC의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지난 1월 기준 킨들파이어와 갤럭시탭(전 제품 포함)은 각각 36%였다. 킨들파이어가 처음 나온 지난해 11월 갤럭시탭이 63%였던 것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3개월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갤럭시탭2 7.0 모델은 킨들파이어와 비교해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CPU 사양이 같지만 두께나 무게는 얇고 가볍다. OS도 킨들파이어는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을 쓰고 있지만 갤럭시탭2 7.0에는 4.0(아이스크림샌드위치)이 탑재된다. 아마존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자주 이용한다면 킨들파이어가 낫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고려해볼 만한 제품이라는 것.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이 제품에 대해 “비슷한 가격에서 이보다 나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활용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경쟁으로 보급형 태블릿PC 시장이 커지면서 애플의 시장독주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애플 뉴아이패드는 갤럭시탭2 7.0에 비해 두 배가량 비싸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