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그동안 선두업체에 밀려있던 중견 주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기업 인수ㆍ합병(발표·바이아웃딜 기준) 분야에서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안진이 국내외 증권사들을 제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채권자본시장(DCM) 분야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 부문 선두자리에 올랐고 주식자본시장(ECM) 분야에서는 키움증권과 동양증권이 국내 투자은행(IB) 강자인 우리투자증권을 눌렀다. 1분기 딜이 전체적으로 적은 편이다보니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올해는 회계법인과 중견 증권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M&A: 회계법인·로펌 부각

1분기 인수·합병(M&A) 분야의 선두주자는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안진이었다. 삼일회계법인은 금호고속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대우건설 경기고속도로 지분을 묶은 패키지 M&A 딜의 재무자문을 맡은 데 힘입어 발표 기준(양해각서 또는 본계약 체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1분기 유일하게 거래금액 기준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딜로이트안진도 2건의 거래를 자문해 2위 자리에 올랐다.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와 HSBC가 5, 6위로 외국계 IB의 자존심을 지켰다.

M&A 종료 기준(인수잔금 납입) 순위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1위에 올랐고 2위는 하나대투증권이 차지했다. 3위는 우리투자증권 BoA메릴린치 NH투자증권 맥쿼리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산업은행 등 6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올랐다. 모두 하이닉스의 매각 또는 매수 측 재무자문을 맡은 증권사들이다 보니 거래금액이 동일했다.

기업인수 회계자문(발표 기준) 부문에서는 딜로이트안진과 삼일회계법인이 1, 2위에 올라 양강체제를 굳인 가운데 대주회계법인(3위)과 충정회계법인(5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김앤장이 선두를 질주했다. 율촌 한결 세종 광장 태평양 바른 지평지성 KCL 화우 등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선 올해 M&A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만큼 회계법인들의 강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동양생명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등 조단위 메가딜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지만 양해각서(MOU)나 본계약 체결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때문에 비교적 소형딜에 강한 회계법인의 강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들 메가딜이 본격화되는 2분기 이후부터 외국계 IB와 국내 IB 부문 강자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ECM: 대우 정상탈환, 키움 깜짝 약진

ECM 부문 선두는 전통의 IB 강자인 대우증권이 잡았다. 고위험을 감수하고 거래를 성사시킨 동양증권과 키움증권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다만 계절적 비수기에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전체 ECM 주관 순위 1위는 대우증권이 차지했다. 대우증권은 총 2644억원 규모의 주관 2건으로 38.24%를 점유했다. 동양증권이 2500억원을 주관해 2위를 차지했고 키움증권은 50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리그테이블을 휩쓸었던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ECM 주관 4위에 그쳤다. 뒤이어 대신증권과 KB투자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주관 순위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ECM 분야를 나눠보면 기업공개(IPO) 부문에선 지난해 중국고섬 상장주관을 맡아 홍역을 겪은 대우증권이 악몽을 털어내고 수위를 차지했다. 우리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 현대증권이 2~4위로 뒤를 이었지만 주관 실적은 모두 1건씩에 불과했다. IPO 인수만 2건을 기록한 SK증권은 대우증권에 이어 인수부문 2위를 기록했다. 유상증자 부문 역시 대우증권이 거래금액 643억원으로 1위였다. 그동안 ‘IB 약체’로 여겨졌던 키움증권이 505억원 실적을 올려 2위로 도약했다.

주식연계채권(ELB) 부문의 최대 주관 실적은 2500억원짜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 거래를 따낸 동양증권의 차지였다. 유진투자증권이 전환사채(CB) 50억원을 주관해 뒤를 이었다. 김현영 대우증권 상무는 “1분기 중 IPO 물량이 적었던 데다 자본시장법 개정 전 분리형BW 발행 축소, 기업실사 모범규준 채택 등으로 전체적인 ECM 시장이 위축됐다”며 “1분기 선두를 차지한 만큼 연말까지 1위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DCM: 한국투자 ‘실사’ 능력 앞세워

한국투자증권이 DCM 대표 주관 부문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올 2월부터 회사채 발행기업에 대한 주관사의 실사 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되면서 그동안 IPO 부문에서 갈고닦은 실사 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1~3월 대표 주관사로서 2조3700억원(12.26%)의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켰다. 전체 327건의 대표 주관 건수 가운데 41건을 담당했다. 리그테이블은 채권인수 영업과 관련성이 적은 은행채와 사모사채는 집계에서 제외했고, 자산유동화증권(ABS)은 포함됐다. 박종길 한국투자증권 인수영업담당 상무는 “국내 최다 기업공개 경험을 통해 쌓은 실사역량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믿고 대표주관을 맡겼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대우증권(대표 주관 점유율 11.5%, 2위) 우리투자증권(9.98%, 3위) KB투자증권(8.7%, 4위) 신한금융투자(7.97%, 5위) SK증권(7.89%, 6위) 동양증권(7.84%, 7위) 삼성증권(7.73%, 8위)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동 주관을 포함한 주관 순위에서도 10.9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인수금액 기준 순위에선 SK증권이 1위(8.51%), 한국투자증권이 2위(8.24%)에 올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올 들어 늘어난 자본금을 바탕으로 과감히 리스크를 떠안는 등 영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고경봉/하수정/이태호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