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플라자 패션사업 '출사표'…편집매장 '쿤' 3년 내 10곳 연다
애경그룹 계열 백화점인 AK플라자가 서울 청담동 1세대 편집매장인 ‘쿤(KOON)’을 앞세워 패션사업에 본격 나섰다. 백화점에서 자체 운영하는 편집매장과 가두점을 통해 외국 패션브랜드를 들여와 선보이고 자체상표(PB) 의류도 생산해 판매한다. 향후 3년 안에 10여개 ‘쿤’ 매장을 개설해 패션부문에서만 연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린다는 전략이다.

AK플라자는 최근 경기 분당점 3층에 여성의류 편집매장인 ‘쿤 위드 어 뷰’를 열었다. 이 백화점이 자체 운영하는 첫 의류매장이다. 영업면적 100㎡ 규모의 이 매장에서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감성’이란 컨셉트로 넘버21, 리미푸, 바버, 빅터앤롤프 등 50여개 명품 브랜드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한다.

이 백화점이 패션사업 진출을 위해 지난해 7월 인수한 ‘쿤’은 개인 의류사업자 이상재 씨가 국내에서 ‘편집매장’ 개념이 생소하던 2001년 청담동에 문을 연 매장이다. 디스퀘어드, 디올옴므, 드리스반노튼 등 명품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소개해 인지도를 높였고, 연예인 등 패션트렌드 리더들이 많이 찾는 매장으로 유명세를 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분더샵’과 함께 국내 가두점 명품 편집매장 1세대로 분류된다.

쿤을 10여년간 운영해온 이씨는 지난해 단골 고객인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부문부회장으로부터 “패션사업을 AK의 신사업으로 키우려고 하니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AK플라자에 패션사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AK플라자는 오는 10월 신사동 가로수길에 여성복 남성복 캐주얼을 아우르는 ‘플래그십 스토어’(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간판 매장)를 열고, 분당점에 셔츠 넥타이 등 남성 패션소품 매장을 ‘쿤’ 이름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또 대도시 상권의 백화점과 가두점을 중심으로 2014년까지 서울 4~5곳, 부산 2~3곳 등 매장을 10여개로 늘리기로 했다. AK플라자뿐 아니라 경쟁사 백화점에도 쿤을 입점시킬 방침이다.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 본부장이 벤치마킹하는 모델은 일본의 대표적인 편집매장 브랜드인 ‘빔스’(BEAMS)다. 빔스가 수입의류 편집매장에서 출발해 자체 의류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매장으로 발전한 것처럼 쿤도 PB 상품을 갖춘 토털 브랜드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중저가 의류보다는 품질과 감도가 뛰어나면서도 대중적인 감각을 지닌 캐주얼 의류를 ‘쿤’이란 브랜드로 선보이겠다”며 “장기적으로 PB 상품 비중을 40% 선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으로서는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에 비해 뒤늦게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후발 주자로서 기존 업체와는 차별화된 컨셉트의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