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발하는 농협금융지주는 정부로부터 5조원 출자를 지원받는다. 자본금을 확충받게 되는 농협은행의 기본자본비율(Tier1)은 11%로 시중은행 평균(11.59%)과 비슷하다. 영업 범위도 훨씬 넓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에는 농협에서 변액보험을 팔거나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을 할 때 제약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아무런 제약 없이 방카슈랑스를 할 수 있게 되고, 각종 수익증권 판매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 적용

농협금융지주 회사는 국내외 회사들을 사들이거나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종전엔 특정 회사에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농협법 제한이 있었지만 앞으론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게 돼 규제가 풀린다.

금융지주 소속은 아니지만 농·축협 지역조합에서 5년간 방카슈랑스 25% 제약을 받지 않는 것도 업계에선 위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전체 방카슈랑스 상품판매 중 계열사 판매비율을 25% 이하로 유지해야 하지만 지역조합은 당분간 이런 제약이 없다.

◆서울 수도권 집중 공략할 듯

농협금융지주회사의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은 앞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영업을 강화해 자산가 고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전자금융을 통한 거래를 확대해 비용을 낮추는 전략을 쓸 방침이다.

특히 서울 중심가에 점포를 더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농협은행 점포의 73%가 지방에 있고 수도권 비중은 27%밖에 안 된다”며 “특히 서울 4대문 안에는 점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추가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충식 농협 금융지주 회장 겸 NH농협은행장은 “금융자회사들 간의 시너지는 물론 유통사업 등 비금융 부문과도 연계를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은 숙제다. 신 회장은 “카드, 투자은행(IB)사업, 보험 등의 역량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만운영 탈피할까

농협은 농협은행 등 금융지주 자회사들이 모두 ‘100% 토종 자본’인 ‘민족금융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외국인주주 비율이 30~100%에 이르는 시중은행들과 다르다는 신토불이 논리다. 고액배당 논란 등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안정적인 출자구조가 방만한 운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중앙회 아래 금융지주가 있고, 그 아래 자회사가 있는 3층 의사결정 체제가 경영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업 초기에 있을 수 있는 금융지주와 금융자회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토록 한 것”이라며 “5조원의 출자금을 받는 이상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방만한 경영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