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ㆍ용 디자인…명품시계 "中 큰손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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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시계·보석 박람회 '바젤월드' 개막
블랑팡 '전통 중국달력 시계'…중국인 체형 맞춰 크기도 줄여
스와로브스키, 남성시계 첫 출시…패션업체들도 시계사업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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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로브스키, 남성시계 첫 출시…패션업체들도 시계사업 가속도
이런 분위기는 7일(현지시간)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오는 15일까지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시계·보석 박람회인 ‘바젤월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올해 참가업체 수는 1815개. 16만㎡에 이르는 전시장은 이들이 지난 1년 동안 고민한 끝에 내놓은 ‘신상’을 보기 위해 달려온 바이어와 시계 마니아들로 가득 찼다.
◆“중국을 잡아라”
올해 바젤월드에 출품된 시계들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단어는 ‘중국’이다. 중국이 명품 시계의 ‘큰손’으로 떠오르다 보니 브랜드마다 앞다퉈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시계를 내놓고 있어서다.
지난해 스위스 시계업체들이 중국에 수출한 물량은 16억3630만스위스프랑(2조원)어치로 2010년보다 48.7%나 늘었다. 스위스 시계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홍콩(40억스위스프랑·28.3% 증가)과 싱가포르(11억스위스프랑·27.5% 증가)에 판매한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다시 중국인들이 사들이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시계 수입국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위스 명품 블랑팡은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바젤월드에서 아예 ‘전통 중국 달력시계’를 내놓았다. 아라비아 숫자 및 로마 숫자와 함께 한자로 시간을 표시하고, 12시 방향에는 ‘올해의 띠’를 넣었다. 용띠해인 올해는 용 그림이, 내년이 되면 뱀 그림이 나오는 식이다.
큼지막한 시계로 유명한 브라이틀링은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은 중국인을 겨냥해 다이얼(시계판) 크기를 축소한 모델을 선보였다. 베스트셀러인 크로노맷의 다이얼 직경은 47㎜에서 44㎜로, 벤틀리 바네토 라인은 49㎜에서 42㎜로 각각 줄였다.
스타일 측면에선 점잖고 차분한 클래식 모델이 주류를 이뤘다. 주요 업체마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클래식 모델을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였다.
쇼파드는 창업자인 루이 율리스 쇼파드가 만든 회중시계(포켓워치)에서 영감을 얻은 ‘클래식’ 모델을 내놓았다. 태그호이어 역시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카레라’ 모델에 로즈 골드를 입혀 한층 더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출품했다.
크로노스위스는 ‘단순함의 미학’을 보여줬던 ‘카이로스’ 라인에 크로노그래프(시간 속도 거리 등을 측정하는 장치) 기능을 추가한 신모델을 전시대에 올렸다. 롤렉스는 전통의 ‘오이스터’ 컬렉션에 이 브랜드 최초로 ‘애뉴얼 캘린더’(30일, 31일로 끝나는 달을 인식해 자동으로 날짜를 맞추는 것) 기능을 담은 모델(스카이 드웰러)을 추가했다. 티쏘는 아예 1920년대 유행했던 회중시계를 내놓았다.
박경원 스와치코리아 오메가 담당 부장은 “클래식 모델이 바젤월드의 ‘대세’가 된 것 역시 중국 때문”이라며 “요즘 중국 상류사회에선 복잡한 기능을 갖춘 시계보다는 품격이 느껴지는 클래식 시계를 주로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메가는 이번 바젤월드를 통해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드빌’ 라인에 68개 모델을 추가했다.
◆패션 명가들의 도전
시계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의류 잡화 등에서 일가를 이룬 명품업체들도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크리스털 장신구로 한 해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와로브스키는 이번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남성용 시계 라인을 데뷔시켰다. 저렴한 패션시계에 주로 쓰이는 ‘쿼츠 무브먼트’(배터리에서 동력을 얻는 방식)뿐 아니라 고급 시계에 장착되는 ‘오토매틱 무브먼트’(손목에 차면 팔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동력을 얻는 방식) 모델도 갖췄다.
패션시계 분야의 최강자 중 하나인 ck캘빈클라인도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장착한 최고급 라인인 ‘캘빈 클라인 컬렉션’을 론칭했다. ‘명품의 황제’ 루이비통도 시계 사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루이비통은 명품 시계 제조 공방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다이얼 전문 제조업체도 손에 넣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갖추게 된 시계 제작 능력에 루이비통의 브랜드 파워를 가미해 100~200년 역사의 기존 명품 시계업체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계 분야가 명품업계의 ‘떠오르는 시장’으로 자리잡자 루이비통 샤넬 스와로브스키 등 패션·액세서리 명가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며 “시계 산업의 성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인 만큼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바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