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삼성 스마트TV 인터넷접속 전격 차단…"망 사용료 내라"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넷 접속을 전면 차단키로 했다.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자사의 통신망을 내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삼성 제품을 산 소비자들은 스마트TV의 핵심 콘텐츠인 앱을 구동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최대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KT와 글로벌 TV 1위 업체인 삼성전자의 정면 충돌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삼성은 “일방적으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KT 측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KT “돈 안 내면 망 못 쓴다”

KT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사의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는 삼성 스마트TV 앱에 대한 인터넷 접속제한 조치를 1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KT는 LG전자 제품은 제외하고 삼성전자 스마트TV만 접속을 제한하기로 했다. 망 사용 대가 문제를 논의하는 망중립성위원회에 LG전자는 참여했지만 삼성전자는 불참하고 있는 게 이유다.

KT는 이번 결정이 스마트TV 이용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전에 망 사용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마트TV의 트래픽으로 네트워크 전체가 다운돼 버리는 ‘통신 블랙아웃(blackout)’이 발생하기 전에 적절한 사용대가를 받아야 망 증설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논리다.

김효실 KT 상무는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고화질), 3D(입체) 대용량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시킨다”며 “동영상은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에 비해선 수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KT가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IPTV와 스마트TV의 데이터 전송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IPTV는 서버에서 여러 명의 시청자에게 동시에 트래픽을 보내기 때문에 중복전송을 하지 않는 멀티캐스트(multicast)방식을 쓴다. 하지만 스마트TV는 서버에서 시청자 수만큼 트래픽을 보내는 유니캐스트(unicast)방식이다.
사용자 100만명을 기준으로 유니캐스트는 멀티캐스트보다 최대 917배 많은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게 KT 측 주장이다.

현재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인터넷망 사용에 대해 이용대가를 내고 있으며, IPTV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에 따라 이용대가를 협의하고 있다.

◆통신사-제조사 갈등 신호탄

삼성전자는 이날 KT의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스마트TV로 인해 트래픽이 폭증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놓고 검증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망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접속을 끊어버리는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한 행동으로 망중립성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삼성은 KT의 조치가 지속될 경우 금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도 강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략품목인 스마트TV의 판매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TV 판매 목표 5000만대 중 절반인 2500만대를 스마트TV로 채울 계획이다.

올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돼온 스마트TV 시장도 만만찮은 복병을 만나게 됐다. 트래픽 과부하는 전 세계 모든 통신사들의 문제다. 인터넷 통신망 사용에 대한 대가문제를 놓고 통신사들과 모바일기기 제조업체·앱사업자들의 전면적인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임원기/김현석 기자 wonkis@hankyung.com

■ 망중립성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내용과 서비스, 단말기 종류 등과 무관하게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것. 비차별성, 상호접속, 접근성 등 세 가지 원칙이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