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은 도요타자동차에 공급하는 2011회계연도 하반기(2011년 10월~2012년 3월) 자동차 강판 가격을 상반기 대비 t당 5000엔(4%) 인하하기로 25일 결정했다. 철강원료값 하락을 반영, 강판가격을 낮춰 달라는 도요타의 요구를 수용했다. 철강원료 가격은 올 1분기에 전기대비 13~18%가량 떨어졌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원료값의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도요타와의 협상 초기 가격 인하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엔화가치 상승으로 한국 등 글로벌 경쟁기업에 비해 수출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마당에 내수가격마저 내리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일본제철이 내수시장이라도 우선 지켜야 한다고 판단해 협상 막판에 도요타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도요타와 신일본제철 간의 가격 협상으로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철강재 가격도 인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요타에 공급되는 강판 가격이 글로벌 철강업계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어서다. 도요타에 강판을 수출하는 포스코 역시 가격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2009년부터 해외 철강업체로는 처음으로 도요타에 연간 3만~5만가량의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철강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강판값 인하를 요청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과는 반기 또는 분기마다 공급 규모와 가격을 협상하고 있다”며 “아직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선박 건조용 강재인 후판의 경우엔 이미 주요 조선사들이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요청하고 나섰다. 포스코,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5개 조선사의 실무진은 오는 31일 만나 시장 상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들은 중국과 일본의 덤핑 공세로, 조선사들은 수주 감소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두 업계 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