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의 반란…BBB 신용등급 회사들 주가 '날개'
코스피지수가 다시 2000선을 되찾았다. 13일 코스피지수는 12.03포인트(0.60%) 오른 2005.74로 마감했다. 최근 상승장에서 소리 없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종목은 그동안 무거운 빚 부담으로 고전해온 기업들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일부 해운과 조선, 건설업체들의 주가는 불투명한 업황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서만 10~30%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도 한계 상황을 극복할 것이란 기대로 상승 랠리에 동참하고 있다.

◆신용도 낮은 해운·건설주 급등

STX조선해양과 경남기업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각각 30.15%와 17.3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2.55%)보다 훨씬 높다.

STX조선해양과 경남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판이하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과 10월 두 회사가 실시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반공모 청약 경쟁률은 각각 0.13 대 1과 0.56 대 1에 불과했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이 각각 ‘A-’와 ‘BBB-’ 신용등급을 받고 있는 회사의 유동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실시 이후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끄는 동력은 유럽 위기의 완화”라며 “선박금융 건설금융 등 금융과 연관성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유럽 문제로 인한 디스카운트가 컸던 기업들에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우발채무 부담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건설 업종도 이달 들어 9.46% 급등하며 유동성 장세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부상했다. 코오롱글로벌(옛 코오롱건설) 두산건설 쌍용양회 등 A- 이하 등급을 받고 있는 기업들도 7~9%대의 오름세를 보였다.

조선과 해운업종은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탄력적인 주가 회복세를 나타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A-로 두단계 떨어진 한진해운은 이달 27.04% 급등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위인 현대상선(7.97%)과 STX팬오션(13.11%)의 주가 상승률보다 높다. ‘투기등급’을 받고 있는 한국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도 이달 들어 각각 12.95%와 3.51% 올랐다.

◆위험자산에 대한 두려움 줄어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V-코스피는 이날 21.37로 지난해 말(26.40)보다 19% 넘게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 경기에 대한 우려로 폭락장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8월3일(22.58) 수준보다 낮다. 옵션가격 변동에 기초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는 이 지수는 지난해 8월9일 50.11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9월 5.33%포인트까지 벌어졌던 BBB0 회사채 금리와 국고채 금리 간 차이(신용스프레드)는 전날 4.90%포인트로 5개월 동안 0.43%포인트 축소됐다.

투자 환경이 변하면서 증권사 투자은행(IB) 부서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유동성 불안이 컸던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채권과 주식연계사채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예상보다 많은 증권사가 STX팬오션 BW 인수에 참여 의사를 나타냈으며 대한전선이 검토하고 있는 유상증자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STX팬오션은 예상보다 많은 투자 수요를 반영해 BW 발행 규모를 계획보다 500억원 많은 2500억원으로 늘렸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