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야망이 있어야 하는데, 나한텐 그런거 없는 줄 알았어...그런데 얘기를 딱 듣는 순간 뭔가 가슴이 벌렁벌렁 뛰면서 설레더라고!" - 정민, 경선 출마를 권유받자
[리뷰] '댄싱퀸' 황정민에게서 박원순 시장이 보여요
배우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영화 '댄싱퀸'이 베일을 벗었다.

김석훈 감독은 시나리오 구상 당시 두 배우가 출연한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포스터를 봤다. 그는 '저 두 사람을 놓고 쓰면 참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의 이름을 그대로 빌렸다. 댄싱퀸의 주인공 '황정민'과 '엄정화'는 이렇게 세상의 빛을 봤다.

영화는 단단한 시나리오 위에 톡톡 튀는 대사와 두 배우의 개성적인 연기가 만나 '눈물 쏙 빼는' 코미디로 탄생했다. 지난 4일 왕십리CGV에서 진행된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고, 박장대소 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구수한 '촌놈' 정민은 시장 상인들과 같은 소시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지지리 궁상맞은 변호사다. 정화는 왕년에 이름 좀 날린 '신촌 마돈나' 였으나 다 옛날 일이다. 초등학교 동창 정민을 만나 '코 꿰이'고 평범한 엄마로, 아내로 그렇게 살아간다.

정민은 '다람쥐 쳇바퀴 굴리듯' 돌아가는 일상에서 등 떠밀리듯 시민을 구한다. 그는 한순간 '국민 영웅'으로 등극하며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선택된다. 정화는 잘나가는 남편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슈퍼스타K'에 지원했다 '댄싱퀸즈'에 캐스팅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 후보의 아내가 댄스 걸그룹 멤버라니.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댄싱퀸'에서 두 배우는 자신들의 진면목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깨알같은 웃음과 진정성 있는 연기를 교대로 선보이며 관객들의 혼을 빼놨다.

특히 텔레비전 대담과 경선 연설에서 정민은 현 서울시장 박원순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서울특별시'를 '턱별시'라고 발음하고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는 그가 우스워 보이지 않는다. "윗 분들이 정해놓은 법안은 너무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시민들과 함께 생각해 보겠다"라는 정민의 진솔한 대사는 치졸한 정치판에 지쳐버린 국민들의 '위안'이고 '꿈'이 된다.

김석훈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정치인을 모티브로 내세우지 않았다"며 "시나리오가 나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긴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인 문제로 공격을 당했을 때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고 설명했다.

또 황정민의 연설이 박원순 시장과 꼭 닮았다는 기자의 평에 "실제 시장 선거 전에 촬영이 끝났고, 그분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목소리 까지 비슷하다고 하니 놀랍긴 한데..."라며 난감해 했다.

이에 황정민은 "모 중소기업 광고 카피를 빌자면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고 재치있게 말해 취재진을 폭소케 했다.

'댄싱퀸'은 고된 현실에 지쳐 꿈을 져버린 모든 이들을 응원하는 영화다. 본격적인 정치 영화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분명히 있다.

"황정민씨, 서울시장 말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 안될까요?"

19일 개봉. 상영시간 124분. 12세 이상 관람가.

한경닷컴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