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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투병·연인 이별 겪으며 만든 곡이죠"

공학박사 뮤지션 루시드 폴,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 내고 29일부터 연세대서 콘서트
“브라질 음악에 ‘마음은 울고 몸은 춤춘다’는 말이 있어요. 5집 앨범 ‘아름다운 날들’은 가장 힘들었던 2011년을 보내면서 만든 곡들이죠. 슬픔을 인정하지만 숨지는 않았어요. 노래에 의지해 끄집어냈죠.”

공학도 출신의 ‘가요계 음유시인’ 루시드 폴(본명 조윤석·36)이 새 앨범을 냈다. 가장 아픈 날들을 보내며 만든 앨범의 제목이 ‘아름다운 날들’이라니. 서울 신사동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역설적인 제목을 단 이유에 대해 “브라질 음악이 신나고 경쾌하게 들리지만 그 안에 깊은 슬픔을 숨기고 있다”며 “아버지의 건강 악화, 연인과의 이별 등 아픈 시간을 겪은 저를 위로하는 곡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썼다는 가사는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갖고 있을 공허함을 파고든다.

‘나를 흔들리게 하는 건/내 몸의 무게/나를 얼마나 던져버리면/기분 좋게/솔직하게/걸을 수 있을까’(외줄타기)나 ‘외롭다는 건/기다리는 것/나는 약해졌는지 몰라/하지만 이 밤이 지나면/하늘은 밝아올 테고/거리는 분주할 테고/내 마음도 조금씩 환해질 거야’(그리고 눈이 내린다) 등의 가사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가슴 시리게 파고드는 가사와 청아한 멜로디, 읊조리듯 따뜻함이 묻어나는 창법은 그대로인데 선율은 더 풍성해졌다. 탄탄과 판데이루, 탕보링 같은 악기가 쓰여 전형적인 삼바 리듬이 느껴지는 ‘그리고 눈이 내린다’와 아코디언 선율로 쿠반 볼레로를 구현한 ‘어부가(漁父歌)’에서 새로운 시도가 그대로 묻어난다.

“2002년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나기 직전 우연히 류이치 사카모토와 모렐렌바움 부부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생가에서 그가 쓰던 피아노로 녹음한 헌정앨범 ‘카사(포르투갈어로 집이라는 뜻)’를 듣게 됐어요. 소위 말해 ‘빠’가 됐죠. 스톡홀름 그 낯선 곳을 밤마다 이 음악을 들으며 걸었어요. 그때부터 정식으로 보사노바 기타도 배우고 포르투갈어도 배웠죠. 지금까지 제가 듣는 음악의 대부분은 브라질 음악이에요.”

그는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왕립공학대에서 재료공학 석사, 스위스 로잔공대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면서 만든 물질로 미국에서 특허를 냈다. 스위스 화학회에서 최우수 논문 발표상도 받았다.

얼핏 보면 ‘엄친아(못하는 게 없는 사람)’에 음악도 쉽게 한 것 같지만 음악을 업(業)으로 삼기까지 긴 시간 방황했다.

대학 시절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에 모두 나갔고, 수상 확률을 높이려고 2개 팀을 만들어 동시에 출전하기도 했다. 1993년 제5회 유재하가요제에서 상을 받긴 했지만 바로 데뷔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의 공대 강의 노트는 손으로 그린 악보로 가득 찼다. 신림동과 홍대 앞을 누비다가 우연히 인디밴드 전성기가 찾아오면서 대중에 알려지게 됐고, 원맨 밴드 ‘루시드 폴’로 첫 앨범을 냈다. 그의 음악이 영화 ‘버스정류장’의 OST로 쓰이면서 큰 인기를 얻을 무렵, 돌연 유학을 떠났다.

이번 앨범에는 피아니스트 김광민, 작곡가 유희열,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음악가 김정범 등 실력파 음악인이 함께 참여했다.

7년째 연말 콘서트를 해온 그는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공연을 연다. 올해도 “아무 일 없다는 듯 똑같이 노래할 것”이라는 그에게서 편안함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났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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