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평균서 착시 발생
주식 편입 비중 따라선 편차 줄어 '플러스 수익률'
장기 투자에서 현명한 자금 관리를 하려면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을 꼭 알아야 한다. 산술평균은 주어진 숫자를 더해 이들을 숫자의 개수로 나눈 것이다. 반면 기하평균은 주어진 숫자를 모두 곱한 뒤 숫자의 개수에 해당하는 제곱근을 구한다. 예를 들어 10과 20의 산술평균은 15지만 기하평균은 두 숫자를 곱한 값인 200의 제곱근인 14.1이다. 머리가 조금 아플 수 있지만 알아둘 만한 가치가 있다. 몇 가지 사례들을 보자.
어떤 사람이 1000만원을 3년간 투자한 월별 수익률의 산술평균이 5%라고 하자. 이것이 월 40% 수익과 30% 손실이 반복된 결과라면 3년 뒤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은 480만원밖에 안 된다. 손실이 났고 기하평균을 하면 수익률은 월평균 -1%다. 반면 월별로 20%의 수익과 10%의 손실이 뒤섞였다면 잔액은 4000만원이 된다. 이익이 났고 기하수익은 월평균 3.9%다. 이처럼 산술평균에서 생길 수 있는 착시가 기하평균을 통해 교정된다. 기초 수치들의 편차가 작을수록 기하평균은 높아진다.
기하평균은 투자뿐 아니라 도박과도 관계가 있다. 10필의 말이 겨루는 경마에서 우승마를 맞히면 10배를 받고 못 맞히면 돈을 잃는다. 어떤 사람이 우승마를 평균보다 2배 높은 확률로 맞힐 수 있다고 하자. 이런 게임을 반복한다면 이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의 얼마만큼을 베팅해야 할까. 이 경우 항상 잔액의 9분의 1을 베팅하는 것이 기하평균을 최대화한다. 이렇게 하면 회당 4.5%의 수익을 얻는다. 이것이 유명한 켈리베팅이다.
이처럼 기하평균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는 변동성 관리가 암묵적으로 포함된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기도 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노는 것 같은 여분의 현금이 변동성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해 수익률을 높인다. 남는 현금을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면 수익률은 조금 더 높아진다.
요약하면 산술평균과 기하평균의 차이는 변동성 때문에 생긴다. 동일한 산술평균이라 해도 변동성이 클수록 기하평균은 떨어진다. 장기투자의 최종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은 기하평균이다.
윤병로 <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moon@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