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외부감사 대상 90개 저축은행 중 81개사가 외감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이번 주 초 금감원에 신고했다. 나머지 8개사는 금감원으로부터 회계법인을 지정받을 예정이다.
이들 81개사 중 빅4를 외감 법인으로 선임한 저축은행은 13개사(16%)에 불과했다. 68개사(84%)는 중소형 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는 빅4가 전체 81개사 중 39개사(48%)를 차지했다.
저축은행들이 지불하는 감사 보수는 높아졌다. 81개사 평균 감사 보수는 6800만원으로 작년(5500만원)보다 23%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소송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감사 리스크가 커지자 회계법인들이 높은 보수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빅4의 감사 보수는 1억5500만원으로 전년(7000만원)보다 121% 급증했다. 이에 비해 중소형 회계법인 감사 보수는 5100만원으로 전년(4200만원) 대비 22% 오르는 데 그쳤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저축은행 감사는 보수에 비해 위험이 크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부실 감사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면서 맡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빅4와 외감 계약을 맺은 13개사는 우량 저축은행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금감원에 신고한 81개사 중 27개사는 외감 법인 지정 대상 저축은행이지만 자유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감독당국이 앞으로 외감 법인을 지정하게 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임원 문책이나 적기 시정조치 대상,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5% 미만일 경우 감독당국이 외감 법인을 지정한다. 이들 27개사가 새로 외감 법인을 지정받으면 빅4의 점유율은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 빅4를 외감 법인으로 지정한다"며 "이에 따라 전체 90개사 중 37개사 정도는 빅4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 대상 저축은행을 감사할 경우 높은 감사 보수뿐만 아니라 감사도 보다 엄격하게 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빅4가 자유 선임을 거부하면서 배짱 장사를 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지정 감사는 자유 선임보다 최소 40%에서 최대 110%까지 높은 감사 보수를 챙길 수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