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드는 듯했던 유럽 재정위기 악재가 여전히 시장을 흔들고 있다. 지수의 탄력성이 떨어진 데다 업종별 순환매 속도는 빨라져 투자자들의 대응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종목이 가진 고유의 상승동력(모멘텀)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차세대 우량주’들을 가려낼 시점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 한옥석 소장은 “지수와 연관성이 낮은 중소형주 가운데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방법”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종목들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성장세를 타고 미래의 주도주를 꿈꾸는 엔씨소프트GKL,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계기로 글로벌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는 에스엘 등이 대표적이다.

◆차세대 블루칩은 중국시장이 무대

최근 중국의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면서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연말이나 내년 초 중국이 본격적으로 긴축 완화를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중국의 소비경기가 활기를 찾으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도 적지 않다.

한 소장은 엔씨소프트와 GKL, 두산인프라코어를 대표적인 유망주로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내년 상반기에 ‘리니지’‘리니지2’의 중국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강한 성장모멘텀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은 엔씨소프트에 대해 “3분기 실적은 시장 추정치를 밑돌았지만 내년부터는 신규게임 출시 기대감 속에 상승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지노업체 GKL은 중국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와 중국 위안화 강세로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4.95% 급증하는 등 최고의 실적 모멘텀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중국 쑤저우 공장 준공에 따른 소형 굴삭기, 내년부터 양산될 광산용 굴삭기 등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키워가고 있다.


◆글로벌 1등주 꿈꾸는 부품주

세계시장으로 도약하고 있는 글로벌 ‘다크호스’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에 더욱 빛날 10개 글로벌 유망주로 포스코켐텍(2차전지) 에스엘(차부품) 성광벤드(피팅) 동양기전(중장비부품) 등을 꼽았다.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고부가가치 제품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한·미 FTA 등은 이들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7위 자동차 헤드램프업체인 에스엘은 현대차그룹에만 의존하지 않고 GM과 동풍, 체리 등 중국 로컬업체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에스엘에 대해 “야간보행자 감시장치, 사각지대 경보장치 등을 개발하며 전장 부품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 성장에 더욱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포스코켐텍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석탄화학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내년부터 2차 전지 음극재(천연 흑연)를 본격 생산하고, 일본업체와 합작해 콜타르 활용 제품을 내놓기로 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펀더멘털의 힘을 믿어라

시황에 덜 흔들리는 우량주를 찾고 싶다면 펀더멘털을 봐야 한다. 특히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이익의 질 역시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들이 1순위다. 예를 들어 내년 광고시장에서 TV광고의 매체 영향력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SBS의 수혜가 점쳐지고 있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광고시장 자율화로 단가가 인상되면 콘텐츠 수급과 광고 판매에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1.4배에 머물러 상승 여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의류업체 한섬은 타임(TIME), 마인(MINE) 등 브랜드들이 20년 이상 됐는데도 두 자릿수 외형 성장을 하고 있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내년 SK네트웍스와 중국 판권계약을 통해 한섬의 6개 브랜드가 모두 중국에 진출하는 것도 호재”라고 설명했다. 한 소장은 부유층의 현금흐름이 호전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수익 성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