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된 딸과 바닷가를 찾은 노보성 씨는 아이가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29초짜리 영상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영화제에 출품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도 올려 추천과 댓글을 달아달라고 했다.

29초짜리 영상이 영화가 될 수 있을까. 고가의 장비나 화려한 기술 없이 휴대폰이나 캠코더 등으로 촬영한 영상으로 영화 감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29초 영화제'는 '될 수 있다'고 말한다.

'29초 영화제'가 뭐길래

최근 컴퓨터,스마트폰,캠코더,태블릿PC,디지털카메라 등 스마트 기기들이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을 주도하며 우리 삶과 문화를 바꾸고 있다. '29초 영화제'는 이런 흐름을 타고 세계 최초의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를 표방하며 출범했다. 이 영화제가 기존의 온라인 국제경쟁 영화제들을 제치고 새로운 영상문법을 제시하며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상 기술과 디지털 기술,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매체를 융합한 개념을 영화제와 결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디지털 기술과 네티즌이 참여하는 신개념 디지털 컨버전스 영화제다. 고가 장비나 별도의 비용 없이 29초짜리 영상을 찍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감독 자격으로 출품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 앱(App)을 통해 등록할 수도 있고,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찍어 웹(Web)에 출품해도 된다.

'29초 영화제'는 참여와 개방,공유의 웹 2.0 정신을 영화제 철학으로 삼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지구촌 누구나 출품과 감상,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영화제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일어,중국어,스페인어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29초 영화의 특성상 대사가 거의 없어 언어장벽이 낮다. 따라서 시간적 · 공간적 · 물리적 제한을 받지 않고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왜 29초인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대중화된 이후 사람들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나 광고처럼 짧으면서도 임팩트가 강한 미디어를 선호한다. '29초 영화제'는 이런 흐름에 맞춰 짧은 영상에 메시지를 담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작품의 주제 · 성격 · 형식 등 어떤 제한도 없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보고 느끼게 만들면 된다.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은 이를 29초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29초 광고,돌발영상,영상메시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관객의 해석에 따라 새로운 작품으로 재생산될 수 있다. 유튜브에 올라온 UCC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해서 TV광고로 재생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29초 영화제'는 총 상금 1억원을 걸고 10월1일 시작한다. 프로모션 기간에 이미 207편의 영상이 출품됐다. 한양대 영상디자인학과는 '29초 영화제' 출품작으로 중간고사를 대체하기로 했다.

유재혁/최규술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