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가장 가벼운 나무의자, '최고 소재 디자인상' 수상
한지 의자·한옥 건축방식 극찬…한국관 '베스트 부스' 선정
"오늘 최고의 디자인을 보여준 곳은… 한국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디자인 박람회 '100% 디자인 런던'이 열린 23일 영국 런던 얼즈코트 전시장.최고의 디자인 부스와 디자이너에게 주는 블루프린트어워드 시상식에서 '코리아'가 호명됐다. 전시에 참여한 전 세계 400여개 업체 및 국가 중 '베스트 부스'에 한국관이 노르웨이관과 함께 선정된 것.'최고의 소재 디자인상'도 한국관 참여 디자이너인 김기현 씨가 수상해 이날 발표된 총 4개의 상 중 2개를 한국이 휩쓸었다.
1995년 시작돼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이 박람회는 소품,조명,인테리어,가구 등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매년 전 세계에서 2만~3만여명이 찾는 매머드 행사다. 그런 곳에서 한국 디자인이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한국적 소재 디자인에 '이목 집중'
이날 시선이 집중된 곳은 한국적 소재를 적용한 친환경 디자인 제품들이었다. 소재 분야 1위를 수상한 김씨는 친환경 소재인 발사우드(원목의 일종)를 이용해 무게가 1.3㎏인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나무의자'를 선보였다. 김씨는 "경도가 떨어져 구명조끼 등에만 사용됐던 소재이지만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해 의자로 개발한 것"이라며 "실용성과 예술성을 조화시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신태호 씨가 선보인 '한지-플라스틱 의자'는 한지 원료인 닥나무와 밀가루 풀만을 써서 생분해가 가능하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신소재'라는 극찬을 받았다. 신씨는 "제품을 보고 '한지가 뭐냐'고 묻는 외국인이 많았다"며 "디자인을 통해 우리 소재의 우수성도 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통 한옥을 지을 때 쓰는 결구 방식(못 없이 나무를 조립해 구조를 만드는 건축 방식)으로 만든 소파를 전시한 디자인업체 수와크래프트,흙으로 빚은 도자기로 만든 조명을 선보인 NJ라이팅도 눈길을 끌었다. 한국관을 찾은 영국 정부 산하 디자인 투자 기관인 디자인파트너스의 앤드루 서머스 회장은 "한국 전통 문양이나 소재를 이용해 독특하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며 "당장 해외시장에 진출해도 좋은 반응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도 '디자인 한류'
독립 부스를 차린 국내 기업들도 성과를 냈다. '하이막스'라는 자체 생산 건자재로 만든 디자인 작품들을 전시한 LG하우시스 유럽법인 마리아나 프레데스 홍보팀장은 "건축자재를 디자인과 결부시킨 의미있는 전시"라며 "한국 기업이 내놓은 소재와 아이디어가 유럽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아이디어 컵홀더인 '드링클립'을 출품한 드링클립은 프랑스 유명 유통업체 메씨(MERCI)로부터 수출 계약을 약속받고 세계적 가구업체인 이케아와 계약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관을 대표해 한국관 리셉션에 참가한 김현태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디자인 본고장으로 꼽히는 런던에서 '디자인 한류'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늘려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