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유령회사와 위장 수출입을 통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분식회계 등을 통해 소액주주 7000명 등에게 4000억원의 피해를 입힌 전 코스닥 상장회사가 세관에 적발됐다. 상장폐지된 이 회사 전 대표는 동생여권을 도용해 마카오로 도피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상품가치가 없는 불량 실리콘 및 웨이퍼 등을 홍콩의 유령회사와 수출입하며 거액의 자금을 홍콩에 도피시킨 수출입업체 네오세미테크 전 대표 A씨 등 2명을 적발해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태양광 관련 테마주가 큰 인기를 끌자 2007년에 친인척 명의로 홍콩에 유령회사, 일명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 3곳을 설립했다. 이후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75회에 걸쳐 이들 유령회사와 태양광용 웨이퍼 제조 원료인 실리콘과 이를 가공한 웨이퍼를 수출입하는 것처럼 위장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된 물품은 웨이퍼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 저순도 실리콘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웨이퍼였다.

A씨는 이처럼 유령회사와 반복적으로 거래하는 일명 ‘뺑뺑이 무역’ 수법으로 2000억원대의 위장 수출입을 정상적인 무역거래로 분식회계 처리했다. 재무제표를 허위 공시함으로써 주가상승과 자금조달에 악용했다. 이 과정에서 불량 물품의 가격을 임의로 책정해 정상 물품의 가격인양 위장했다. 이는 수출입대금을 지급·수령함으로써 519억원의 거액을 유령회사의 홍콩 비밀계좌로 빼돌렸다.

세관에 따르면 네오세미테크는 태양광 발전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유망 녹색기업으로 주목받으며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6위(4083억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위장 수출입거래와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면서 1만79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00원대로 폭락하고 2010년 8월에 상장폐지됐다. 이로 인해 7000명의 소액주주가 2000억원(1인당 평균 3000만원), 기타 2000억원 총 40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A씨는 보세공장을 운영하면서 2010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34회에 걸쳐 52억원의 물품을 세관에 수입신고 없이 빼돌려 시중 판매했다. 이를 수입원재료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한 것처럼 꾸며 관세 등 7000만원의 세금도 환급받아 챙겼다.

세관 조사결과 이같이 거액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수천명의 피해자를 양산한 A씨는 동생의 여권을 도용한 신분세탁을 통해 2010년 8월 마카오로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관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된 업체들에 대한 수출입거래, 외환송금자료 분석, 유령회사 해외 현지 확인 등 1년여에 걸친 끈질긴 수사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며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관은 해외로 도피한 A씨를 끝까지 추적할 예정이다. 또 다른 업체가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재산도피 등을 자행하고 있다는 정․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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