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바닷길에 둘러싸인 드넓은 평야를 비밀처럼 간직한 서산 회포마을.서해안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타고 달리다 보면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푸른 초원처럼 펼쳐진 대규모의 간척지가 낯선 여행자를 맞는다.

여름에는 푸르름을 간직한 벼들이 마음에 청량감을 더해주는 녹색 물결을 이룬다. 가을에는 고개 숙인 벼들이 황금색으로 들판을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대자연의 초연함과 기개 앞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회포마을은 서해 바닷물이 마을 어귀까지 들어왔다가 돌아나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지금껏 보아오던 여타 농촌과 달리 집들이 산촌으로 드문드문 퍼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워낙 평야가 넓은 탓에 환경에 맞춰 이런 거주 형태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듯하다. 회포마을에서는 다른 농촌 체험 마을에서는 쉽게 경험해 볼수 없는 색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마을의 특산물인 맷돌호박을 이용해 호박칼국수 호박죽 호박떡 호박게국지 등 다양한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대표적이다. 트랙터로 개조된 관광열차를 타고 6개의 시골 정거장에 대한 옛날 유례를 들어가며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유익한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을 만들어 날려 보고 짚으로 새끼를 꼬고,계란꾸러미를 만드는 것 등도 경험할 수 있다.

계절별로 마련된 이색 체험도 있다. 먼저 봄 향기 가득한 4~5월에는 가까운 산에 올라 두릅을 따고 나물을 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냉이 달래 쑥 등이 발산하는 향긋한 향에 취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본격적인 농사철에 접어드는 5월에는 전통적인 손모내기 체험 행사를 연다. 신명나는 농악에 맞춰 이제는 거의 사라진 전통 줄 모내기 방식으로 손모내기를 해 볼 수 있다. 손모내기 왕 선발대회는 체험을 더 즐겁게 한다.

무더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에는 뜨거운 햇살에 빨갛게 무르익은 홍고추 따기를 한다. 맛있는 농산물을 내 손으로 직접 거둬 먹어 보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9~10월에는 참샘골 호박농장에서 호박 따기,고구마 캐기 등의 체험 행사를 연다. 양질의 황토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는 달콤한 호박고구마를 직접 캐고 구워 먹으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통 방식으로 대를 쪼개 살을 만들고 창호지를 붙여 연을 만드는 연날리기와 계란꾸러미 만들기 체험 및 짚공예 체험을 통해 과거 짚의 여러 가지 쓰임새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옛날과 요즘의 달라진 생활 모습을 비교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다. 소나무 숲속에 토종 잔디로 꾸며진 9홀짜리 미니 골프장에서 푸른 초원의 시원함도 만끽할 수 있다.

회포마을의 먹거리는 호박과 관련된 게 유난히 많다.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단맛이 늘어나는데,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와 흡수가 잘돼 체질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특히 좋다. 호박이 누런 빛깔을 띠는 이유는 호박에 함유된 카로티노이드 색소인 카로틴 때문인데,이 성분이 항암 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 호박을 많이 먹으면 감기에 대한 저항력이 길러지고 동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비만증인 사람의 다이어트,당뇨나 산후의 부기를 빼는 데도 늙은 호박을 따를 만한 식품이 없다.

회포마을에서는 무공해 키토산 농법으로 재배한 맷돌호박으로 호박칼국수 호박전 호박떡 호박찜 호박게국지 등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주재료인 맷돌호박의 껍질을 벗기고 씨를 없애는 등의 과정을 통해 호박의 모양새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맷돌호박 수확 시기인 10~11월에 가면 체험객이 직접 수확한 호박으로 요리를 할 수 있다. 호박찜은 위궤양과 십이지장궤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호박게국지다. 예부터 서산 지방 사람들은 김장을 담글 때 게를 담아두었던 간장 또는 젓국물,소금에 살짝 절인 배추와 열무를 모두 넣은 후 삭혀 맛을 낸 게국지를 담아 먹었다. 김장 재료와 함께 게,박하지,능쟁이 등을 잘게 찢거나 절구에 찧어 넣은 뒤 호박과 양파,마늘,고춧가루 등의 재료를 넣어 버무린다. 다음에 항아리에 담아 두었다 간이 배어 맛이 나기 시작하면 투가리에 넣고 지져먹는 김치다. 김치가 익었을 때는 더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김치에 갖가지의 생선과 젓갈,야채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에 단백질과 무기질 등을 섭취할 수 있다.

주변 볼거리로는 망일산,망일사,대호방조제,대호지 담수호,안견기념관,운산지,벌천포 해수욕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www.hoepo.invil.org)를 검색하면 된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찾아가는 길

서산 회포마을은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에서 30분 거리로 대산읍 운산리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 도로 곳곳에 회포마을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모든 체험 프로그램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다. 미리 문의한 후 체험 일정을 짜는 게 좋다. 문의 017-412-8180,041-663-8180(담당 최근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