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투자해 나중에 연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자신이 낸 돈을 나중에 돌려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구구조 변화에 관련이 없다. 반면 부과식은 세금처럼 매년 낸 보험료로 은퇴자에게 연금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1세대가 2세대로부터 노후연금을 지원받고,2세대는 3세대에게서 노후연금을 지원받는 식으로 가게 된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처음에는 적립식으로 가다가 나중에는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수정 적립식'을 채택하고 있다. 지금의 노인 세대를 부양하지 않고,나중에 가서 자신들이 노인이 되면 젊은 세대로부터 부양을 받겠다는 것이다. 납부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연금을 타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국민연금을 지금부터라도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방식으로는 덜 내고 더 받는 현 세대는 유리하지만 갈수록 기금이 고갈되면서 후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며 "먼저 보험수지를 맞춰놓은 뒤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낸 돈만큼만 받아가는 적립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부과식은 현재 일하는 사람이 노인을 먹여 살리는 구조인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젊은 세대의 부담이 몇 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에서 실패한 제도로 판명이 난 부과식을 가장 빨리 늙어가는 한국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후세대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호황기에 부과식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바꿨던 독일과 스웨덴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적립식으로 일부 전환했고,미국도 연금 개혁안에 유사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문 소장은 "2060년 연금 고갈에 대비해 부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전에 받을 만큼 돈을 내는 구조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